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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볼 게 없는데 추천해 봤자… IPTV 'AI 서비스' OTT 넘을까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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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영 기자]

IPTV 3사가 올해 초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능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신규 AI 서비스를 발판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성장엔진을 다시 돌리겠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는 데 AI가 도움을 주지 못할 거란 비관론도 나온다.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가 부족하면 이용자 감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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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3사는 OTT에 대항하기 위해 AI 카드를 꺼내들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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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통3사가 '침체의 늪'에 빠진 IPTV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무기로 꺼내들었다. IPTV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적 포인트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말부터 AI를 통해 '자동 개인 식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셋톱박스가 TV 앞에 앉은 이용자의 스마트폰과 자동으로 연결해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청 이력뿐만 아니라 SK 계열사의 서비스 이용 내역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가령, 쇼핑몰 서비스 '11번가'에서 야구 물품을 구매했다면 야구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AI쇼핑'을 통해서 드라마나 예능 출연진이 착용한 옷이나 액세서리를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AI가 해당 제품을 인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로 바로 연결해준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일 자체 AI 기술 익시(ixi)를 활용한 '미디어 에이전트'를 출시했다. '미디어 에이전트'는 일종의 IPTV 전용 AI 비서로, 24시간 내내 고객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익시 음성챗봇'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 자동으로 자막을 생성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기존의 콘텐츠 추천 기능도 고도화했다. KT는 올해 하반기 'AI 골라보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이용자는 특정 출연자가 나오는 장면만 모아볼 수 있다.

IPTV 업계에선 AI 서비스가 넷플릭스·티빙 등의 OTT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PTV는 AI를 활용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OTT보다 더 다양하다"면서 "OTT는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할 때 VOD 추천에 한정하는 반면 IPTV는 VOD뿐만 아니라 실시간 방송 채널과 OTT 구독상품 추천도 한번에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IPTV 3사가 AI 기술을 줄줄이 도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IPTV 가입자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평균 4%대였던 가입자 수 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 0.5%로 크게 꺾였다.

IPTV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시기는 넷플릭스·티빙·쿠팡플레이 등 OTT 서비스가 성장하던 때와 맞물린다. OTT가 강력한 흥행작들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인기를 한몸에 받자 IPTV의 인기도 시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VOD에 특화한 IPTV에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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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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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3사는 부족한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TT 업체와 연계를 꾀했다. 2022년 KT가 자사 IPTV에 국내외 OTT 콘텐츠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 '미디어 포털'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도 티빙을 볼 수 있는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SK브로드밴드도 OTT 서비스를 한곳에서 검색할 수 있는 포털 '플레이제트'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결과가 보여주듯 OTT와의 연계만으론 성장세 둔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IPTV 3사로선 차선책으로 AI란 카드를 꺼내든 셈인데, 문제는 AI가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냐는 거다. AI가 아무리 최적화된 고객 맞춤형 추천을 해준다고 해도 실질적인 볼거리가 없다면 이용자는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디어 시장의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AI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IPTV 업계는 AI는 해결책을 고안해내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IPTV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당장 AI 기능을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기보단 OTT로 빠져나가는 이용자들을 묶어두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승 LG유플러스 홈니버스 그룹장도 "당장 AI로 수익을 내기 쉽지는 않겠지만 시청 환경이 개선되면 고객이 IPTV 가입을 해지하는 현상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PTV 3사는 AI로 OTT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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