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응급실 인력난으로 '뺑뺑이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의사들이 비방 목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 복귀 전공의, 전임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 의대생 등의 명단이 올라오던 '감사한 의사 명단' 사이트에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을 담은 '응급실 부역'란이 만들어졌다.
해당 란에는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실명도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명단 작성자는 이들에 대해 "복지부 피셜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응급의료는 정상 가동 중' 이를 가능하게 큰 도움주신 일급 520만 원 근로자 분들의 진료정보입니다", "8명 중 7명이 병원에서 '쓸모 없다'라고 판단돼 대체자 없이 지자체로 복귀한 와중에 유일하게 병원에서 쓸모를 인정받아 1개월 더 연장한, 정말 감사한 선생님입니다" 등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응급실 부역' 명단이 온라인상에서 유포되는 데 대해,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에서 "진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분들의 사기와 근로 의욕을 꺾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군의관은 이런 사건으로 말미암아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정책실장은 "정부는 이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며 "의료 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시는 의사들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하여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도 정부는 지난 3월 한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참의사'라는 조롱과 함께 병원 복귀 전공의 명단이 올라오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로도 비슷한 사건에 대한 정부의 수사의뢰가 이어졌고, 지난달 2일 경찰은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와 텔레그램에 병원 복귀 전공의 명단을 올린 혐의를 받는 전공의 등 2명을 입건해 조사했다. 그럼에도 의사 집단 내 블랙리스트 성격의 의사 명단 공유는 그치지 않고 있다.
정 정책실장은 '의사 명단 공유 문제가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때부터 나왔고, 수사 의뢰도 이미 했는데 7개월이 되도록 근절되지 않고 있다. 수사 상황에 대해 들은 바가 있나'라는 질문에 "이번에 문제된 것은 최근 업데이트된 부분('응급실 부역')을 경찰에 전달했다"며 "자세한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도 공유받은 상황은 없고, 경찰에서 적극 수사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의료현장에서는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탄 채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거나 상태가 악화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쓰러진 40대 응급환자가 병원 14곳을 돌다 구급차에서 숨졌다. 지난 2일에도 부산의 한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70대 노동자가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했다.
지난 5일 광주에서는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여대생이 직선거리 100미터 가량인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지 못하고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던 중 중태에 빠졌다.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9일 오전 주 1회 성인진료를 중단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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