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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폭염에 8월 전기료 폭증…113만 가구가 5만원 이상 더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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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9일 오후 서울 한 주택 우편함에 한국전력공사에서 보낸 전기요금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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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심한 무더위에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무려 113만 가구가 지난해보다 5만원 이상 높아진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아들 전망이다. 8월 가구당 평균 전력 사용량은 1년 전 대비 9% 증가했다.

9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8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가구당 평균 6만361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20원(13%) 증가했다. 전체 2522만 가구 중 76%인 1922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요금이 5만~10만원 증가한 집이 75만 가구, 10만원 이상 증가한 집은 38만 가구에 이른다. 요금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가구만 놓고 보면 평균 증가액은 1만7000원 수준이다. 평균 전기료 수준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반대로 지난해보다 요금이 감소한 가구는 전체의 23%인 569만 가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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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올해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 것은 ‘역대급’ 폭염·열대야·장마에 냉방 전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가구당 평균 전력 사용량은 363㎾h(킬로와트시)로 전년 동월 대비 9% 증가했다. 평균 최대 전력수요(하루 중 전력사용이 가장 높은 시간대의 전력수요)도 전년 동월(82.7GW)보다 6.1% 증가한 87.8GW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금 인상 폭(13%)이 사용량 증가 폭(9%)보다 큰 것은 주택용 전기에는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을 무겁게 매기는 누진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가구의 전기료 부담은 상승할 수 있다. 정부는 41조원의 누적 적자, 202조8900억원 규모의 부채를 갖고 있는 한전의 재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여름 이후 전기료 인상을 공식화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전기료를 올리고, 대신 취약 가구에 집중적으로 부담 완화 지원을 제공한다는 게 정부와 한전의 계획이다. 한전에 따르면 8월 가구당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주요국의 전기료를 비교하면 일본은 13만5625원, 프랑스는 14만8057원으로 한국의 2배를 넘는다. 미국의 경우 15만9166원으로 한국의 2.5배, 독일은 18만3717원으로 2.9배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발급되는 전기료 고지서에 하절기 에너지바우처 1만5000원을 추가 반영해 취약 가구의 요금 할인을 지원하고 있다. 한전은 여름철 복지할인 한도를 최대 2만원으로 확대했다. 정부 에너지바우처와 한전의 복지할인 지원으로 전기요금이 면제된 가구는 약 31만3000가구, 1만원 미만으로 내는 가구는 22만5000가구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도 국내 물가 상승 우려에 원가 아래로 전기를 공급하며 적자가 쌓인 상황이다. 2022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h당 전기요금을 45.3원(44.1%) 인상하며 지난해 3분기부터 ‘전기를 팔수록 손해인’ 구조에서는 벗어났지만, 재무 위기를 탈출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한전과 정부는 요금 인상뿐 아니라 요금 제도를 손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오흥복 한전 기획부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수준, 요금 제도 개편을 함께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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