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면역항암제 1위 키트루다보다 암 49% 감소…대항마로 떠오른 차세대 주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미국 머크(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머크(MSD)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1위 면역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독주를 저지할 새로운 대항마가 나타났다.

미국 서밋테라퓨틱스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중항체 항암제인 이보네시맙의 임상 3상 시험에서 키트루다보다 항암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 키트루다는 지난 2014년 MSD가 출시한 면역항암제로 지난해 약 34조원의 매출을 올린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모든 고형암 대상 사용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 3상 시험은 중국 바이오기업인 아케소가 치료 경험이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肺癌) 환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이날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보네시맙은 키트루다에 비해 종양 진행 위험을 49%나 더 감소시켰다. 또한 키트루다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암이 재발되기까지 5.8개월이 걸린 반면, 이보네시맙을 사용한 환자는 11.1개월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네시맙은 서밋이 지난 2022년 아케소에서 도입한 물질이다. 당시 서밋은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서 이보네시맙을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권리를 계약금 5억달러(약 6700억원)를 포함한 최대 50억달러(6조7000억원) 규모에 사들였다.

암세포가 우리 몸에 퍼지는 것은 ‘PD-1′이라는 단백질 때문이다. 암세포는 PD-1을 이용해 자신을 정상세포로 위장해 면역세포(T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키트루다는 이 PD-1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지 않고, 이들을 공격할 면역세포 능력을 높이는 방식이어서 면역항암제라고 한다.

이보네시맙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분자에 달라붙을 수 있는 이중항체로, 암 세포의 성장을 막는 동시에 면역세포를 강화하도록 설계됐다. 이보네시맙은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PD-1과, 암세포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성장시키는 혈관내피 생성인자(VEGF)를 동시에 공략한다. 아케소 연구진은 특히 이보네시맙이 VEGF와 결합하면 항체가 PD-1에 더 잘 붙는다고 보고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또 이보네시맙의 반감기를 6~7일로 단축해 안전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반감기는 약물이 몸속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몸 속에 머무는 기간이 짧을수록 부작용 위험을 낮아진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의 폐암 전문의인 존 헤이맥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이보네시맙은 수 년간 폐암에서 널리 사용돼온 키트루다를 앞섰을 뿐 아니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며 “이보네시맙은 키트루다를 위협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생존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밋은 FDA로부터 승인을 받기에는 중국 임상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내년 초 글로벌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염현아 기자(yeo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