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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원석 "부적절 처신이 곧 범죄 아냐" 김 여사 명품백 불기소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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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시사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수심위는 지난 6일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수수한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변호사법 위반 등 심의 대상 6개 혐의 모두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김 여사에게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건 어렵다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의 수사 결과와 동일한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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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기념 국빈 만찬 당시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 사진 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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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김 여사가 명품백을 선물받은 행위를 놓고 도덕적 판단과 법적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명하지 못한 처신, 부적절한 처신,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거나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다. 이어 “두 가지 문제가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저희들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무혐의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이튿날 곧장 직권으로 수심위 개최를 결정한 것 역시 법적 판단과 도덕적 판단 사이의 이같은 간극 때문이었다. 이 총장은 “검찰의 결론만이 아니라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숙의를 거쳐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수심위의 구성부터 운영, 결정과 공보까지 일체 관여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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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는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선물받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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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의 언급처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처벌할 순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품을 1회 100만원 이상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어기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이같은 상황을 ‘입법 미비’라고 표현하며 “차제에 공직자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보완하고 미비한 점 정리해 더 이상 사회적인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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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칭사청문회에 출석한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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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지난 5월 이 총장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4개월간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과 차장검사 등 지휘부 전원이 물갈이되고, 지난 7월엔 김 여사에 대한 검찰청 밖 방문조사가 이뤄지는 등 수사 과정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랐다. 이 총장은 이때마다 ‘패싱 논란’을 겪었다. 검사장급 인사에선 ‘인사 시기를 미뤄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김 여사 방문조사는 조사가 시작된 지 10시간이 지나서야 대면조사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일하면서 이 사건 처리와 관련해 나름대로 어려운 점도 많이 있었다”면서도 “수사대상자의 지위나 신분, 또 사건과 관련된 다른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처리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여사 방문조사 사후보고 건에 대해선 진상파악을 통한 재발방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사건의 최종적인 처분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의 공정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수사 진행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보고,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상당한 진상파악과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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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가 연루된 또 다른 의혹사건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차기 총장의 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 총장은 오는 15일 임기가 만료되고, 주말과 추석 연휴 등을 고려해 13일(금요일) 퇴임식이 열린다. 퇴임식 전날인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전주(錢主) 손모씨 등 9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열리는 만큼 임기 내 사건을 매듭짓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이 총장 역시 “제 임기가 이번 주에 끝나기 때문에 제가 종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에선 대출금 약 100억원을 활용해 대규모 주식을 매수한 혐의를 받는 손씨에 대한 처분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손씨의 주가조작 공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자 공소장을 변경해 항소심에선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하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2심에서 손씨의 방조 혐의가 인정될 경우 김 여사 역시 방조 혐의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에 김 여사 명의의 계좌 2개가 총 48건의 통정거래에 활용됐다.

이 총장은 “항소심 결론을 세밀하게 살펴서 충분히 검토한 다음 수사 전반에 반영해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 처리하면 제대로 된 사건 처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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