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7 (화)

폐플라스틱 재생유 100% 활용하는 기술 나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화학연, 기존 기술한계 극복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얻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재생유)는 최근 많은 기업이 찾는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팀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 김도경·박용기 박사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 부틸렌)을 친환경·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촉매와 반응기를 내놓았다.

아이뉴스24

화학연 연구팀이 개발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촉매 분해 기술. [사진=화학연]



현재 확보한 촉매 공정 모델을 바탕으로 앞으로 촉매와 공정의 스케일업과 최적화 연구를 진행해 2030년쯤 실증을 통해 국가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물론,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도 큰 문제이다.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은 환경 문제 해결뿐 아니라 탄소중립 달성에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확대를 위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용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환경부는 2022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폐기물 재활용 유형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화학공정 원료로 석유만 허용하던 규정을 2024년 7월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도 허용하도록 변경했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재활용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UN 플라스틱 오염 대응의 최종 협약 회의(INC-5)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나프타 분해 공정(NCC, Naphtha Cracking Center)의 원료(나프타) 대신 쓰여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만들 수 있다.

독일 바스프,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도 상업화를 시도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의 석유 원료인 나프타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물성 차이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17년 상업화에 성공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발전시켰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에 특화된 촉매 개발과 반응 조건 최적화를 통해 기존 상업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화학연은 앞서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해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KBR로 기술이전, 2017년 세계 최초의 상업화에 성공한 바 있다.

기존 공정은 촉매 없이 가열 과정만으로 나프타를 분해하는 방식이었는데 해당 기술은 촉매를 넣어 비교적 낮은 온도로 나프타보다 탄소 사슬이 길고 불순물이 많은 석유 원료 또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에 개발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발전시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분해에 특화된 촉매를 개발하고 반응 조건 최적화를 이뤄냈다.

그 결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 수소화 과정 없이 100%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기존 나프타 대비 더욱 높은 경질 올레핀 수율을 얻을 수 있었다.

촉매 분해 반응에서는 촉매 표면에 찌꺼기가 많이 쌓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는데, 성능을 유지하려면 지속해 촉매 재생(찌꺼기 제거 과정)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는 반응 부위에서 촉매(제올라이트 성형체)와 원료가 함께 움직이며 반응하고, 재생 부위에서는 비활성화된 촉매가 연속적으로 재생되는 구조로 만들어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만든 파일럿 규모의 촉매와 반응기를 사용해 기존 나프타 분해 공정보다 170℃ 낮은 680℃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투입한 결과, 경질 올레핀 수율이 나프타를 사용할 때(34.6%) 보다 27% 향상됐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시간당 1kg씩 24시간 연속 투입해도 성능이 유지돼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의 대체 기술로 기존 기술과 비교했을 때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기술이 국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구현에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논문명: Catalytic Cracking of Crude Waste Plastic Pyrolysis Oil for Enhanced Light Olefin Production in a Pilot-Scale Circulating Fluidized Bed Reactor)은 화학 공정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인 ‘미국 화학회 지속가능한 화학 및 엔지니어링(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2024년 8월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