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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은 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막으려 할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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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합병(M&A)을 행정조치를 통해 막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내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도 8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 철강 노조를 의식한 이같은 계획이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프렌드쇼어링‘(동맹·우방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 등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막는 것)과 결이 다르다는 비판이 고조된다.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보호무역주의가 적용될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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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왜 US스틸 인수 막나

4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을 통해 알려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는 대선 핵심 경합주로 떠오른 펜실베이니아의 ‘표밭‘인 철강노조를 의식한 경향이 짙다.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이 거래에 대해 미국 철강 노동자의 절반을 대표하고 있는 USW(United Steelworkers)의 데이비드 맥콜 회장은 일본제철이 큰 규모의 해고를 단행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는 US스틸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철강 노조의 입김이 세다. 현재 펜실베이니아는 핵심 경합주로 떠올랐다. 경합주 7개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을 보유하고 있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꼭 이겨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표차로 승리했다. 특히 노조원들의 투표가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뿐만 아니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찌감치 US스틸의 매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지난 2일 미국 노동절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US스틸은 미국 소유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츠버그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노조 강세 지역의 상원의원들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할 경우 일본제철의 중국 내 사업이 미국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중서부 철강 생산 주 상원의원들이 주도하는 초당파적 의원 그룹이 나서 일본제철과 중국 국영 기업 바오산철강의 협력 관계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바오산철강은 지난 2024년 8월 바오산철강과의 계약을 종료했지만,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민주, 오하이오)은 US스틸의 일본제철 인수에 제일 먼저 공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본 반발 고조…미·일 긴장?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의 철강회사가 미국의 US스틸을 인수하는 것을 막는데 대한 일본 내 반발은 적지 않다. 일본 차기 총리가 될 자민당 총재 선거를 위해 뛰고 있는 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이번주 “(철강 회사 인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개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관련 질문을 받고 “일본으로서는 미국 정부에서 법에 따라 적정하게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 조치를 통해 합병을 막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일본 경제 관료들이 미국 관리들과 면담을 요청하고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사태로 미·일 관계의 긴장 강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일본과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시기에 양국 관계를 긴장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제철은 미국 상원의원들이 일본제철의 중국 내 사업을 걸고 넘어지는데 대해 “상당한 부정확성과 허위 진술에 근거한 것”이라며 이번 인수가 오히려 중국 기업에 대한 더 강력한 경쟁자를 형성함으로써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노무라 연구소의 다카히데 키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NYT에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 인수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동맹국인 일본의 투자를 차단하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일본과 미국 간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대선 전 결론 어려울 듯

대선을 의식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거래는 미국 및 외국 기업과 관련된 거래가 국가 안보 문제를 제기하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최종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CFIUS 검토에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검토는 조사 대상 거래를 막는데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 경우 대통령에 대해 거래를 취소하라는 권고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1975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대통령은 이 검토에 근거해 외국인 투자 거래를 5번 차단한 바 있다.

※US 스틸-일본제철 인수합병은

2023년 말 US스틸과 일본제철은 인수합병 계약을 발표했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일본은 인디애나와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미국 철강 시설에 약 27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1970년대부터 일본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철강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철강 산업이 쇠퇴한 바 있다. CFR은 합병된 회사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철강 생산 회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게 되면 전기차 등 미국의 주력 신산업 공급망을 미국이 더 많이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제철의 세계 철강산업 순위는 4위, US스틸은 24위다. CFR 선임연구원 에드워드 알든은 “가까운 동맹국이 미국 기업을 인수한다고 해서 명백한 안보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철강 노동조합은 이같은 거래에 반대하고 있다. 대규모 노동자 해고 가능성,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철강 산업이 가진 기간산업으로서의 상징성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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