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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In] 기초연금 40만원 준다는데…"국민연금 가입·근로의욕 약화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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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엔 국민 3명 중 1명이 기초연금 수급자, 재정소요액 125조원 달해

OECD, 기초연금 수급자 규모 축소하고 수급액 높일 것 권고

연합뉴스

'보험료율 9%→13%' 정부 연금개혁안 나왔다…세대별 차등 인상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의 모습. 2024.9.4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기초연금부터 손봐야 한다. 보험료 한 푼 안 내도 월 30만원을 그냥 주고 이젠 월 40만원까지 퍼준다고 하는데, 그렇게 나라에 돈이 많나? 그런데 젊을 때부터 보험료 내고 국민연금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대폭 깎이거나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이게 말이 되나?"

"기초연금은 40만원을 퍼주면서, 내가 낸 국민연금은 자동 조절해 깎는다고 하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공짜로 주는 기초연금을 즉시 중지해야 한다. 젊어서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공짜로 월 40만원 받고 말지 누가 국민연금에 가입하려고 하겠나?"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확정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내용에 따라붙은 쓴소리들이다.

정부는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등 저소득 노인부터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한 후 2027년에는 지원 대상을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제도의 하나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완화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보험료, 즉 기여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도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기에 소득이 적은 노인의 만족도가 높다.

기초연금은 월 10만원이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2014년 7월 도입할 당시에는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2018년 9월부터 월 25만원으로 오르는 등 금액이 단계적으로 계속 불어나 2021년부터는 월 최대 30만원을 주고 있다.

특히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금씩 오르는데, 올해는 1인당 최대 월 33만4천814원(단독가구 기준 최고 금액)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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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율 1위' 추운 맘 달래는 한 그릇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지만…지속가능성·공정성 논란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난 5월 9일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은 물론, 지난 8월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도 "기초연금 지급 수준을 임기 내 월 40만원을 목표로 올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초연금 인상을 놓고서는 전문가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꾸준히 나왔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데 비해 노인 빈곤 완화 효과가 의심스럽고,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중하위 소득계층의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심지어 젊은 층의 근로의욕을 낮출 수 있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실제로 기초연금을 40만원 주면 국민연금 가입자 3명 중 1명은 "가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조사 결과도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기초연금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유인의 관계'란 연구보고서를 보면, 2020년 4월 1~16일 국민연금 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수준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의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초연금액이 오를수록 국민연금 가입 거부 의향도 더 강해졌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40만원까지 인상될 경우 국민연금 장기가입 의향을 물어보니, 전체 응답자의 33.4%가 국민연금 가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50만원까지 오르면 전체 응답자의 46.3%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는 내지 않고 가입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게다가 현행 기초연금 제도에는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감액해서 주는 이른바 '기초연금-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계 감액 장치'가 그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다소 삭감당한다.

올해 노인 단독 기초연금액(33만4천814원)의 1.5배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부터 기초연금이 줄어들 수 있는데, 최대 감액은 기초연금의 절반까지다. 대략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을 초과해 1년씩 증가할 때마다 1만원 정도 감액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 수령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충실하게 납부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고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의 기초연금 제도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재정적으로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진단이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더한 24조4천억원으로, 우리나라 복지사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수급자는 651만명에 달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상 기초연금 대상자를 현 상태로 유지하면 2030년 914만명, 2050년 1천330만명으로 불어난다.

저출산과 맞물리면서 2050년에는 전체 국민 3명 중 1명이 기초연금 수급자가 될 수 있고, 총 기초연금 재정소요액은 125조4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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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기초연금 수급자 수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성격 모호·국민연금과 관계 불분명…수급 대상은 줄이되 수급액 높여야

기초연금은 도입 때부터 성격이 모호하고, 국민연금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 국민연금 수급권이 없거나 있더라도 연금액이 적은 노인의 노후생활을 돕고,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초연금 지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 노인에는 저소득층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이 다수 포함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3년 기초연금 수급자 기준소득(기초연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소득)은 노인 단독 가구 월 202만원, 노인 부부 가구 월 323만원이기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자 중에는 기본 생계 보장이 필요한 빈곤층으로 보기 어려운 노인이 많다.

이런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의 소득과 재산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인정액이 갈수록 커지고,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생활 형편이 훨씬 좋은 노인마저도 기초연금을 받기 때문에 생긴다. 공정성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정기준액은 기초연금이 처음 시행될 때인 2014년 월 87만원에서 매년 올라 2024년에는 월 213만원으로 급등했다. 약 2.4배로 커졌다.

이렇게 선정기준액이 급상승한 것은 정부 당국이 수급 대상(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을 가려내고자 전체 노인의 소득·재산 수준, 생활 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해마다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포함하던 고급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3,000cc)도 없애버렸다. 외제차를 몰아도 다른 조건만 맞추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로 기초연금을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위원회인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는 '2023년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 보고서'에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줄이되, 받는 액수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증액하는 내용의 기초연금 개혁안을 제안했다.

평가위원회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수급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의 50% 안팎으로 더 낮추고,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수준까지 수급액을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년마다 발간하는 '2022 한국경제 보고서'의 사회안전망 부문에서 기초연금 개혁과 관련해, 수급 대상이 너무 많다 보니 수급액이 작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전제로, 기초연금 수급자 규모를 축소하고 수급액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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