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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AI가 발명한 기술은 누구 소유?... 정부, 특허 심사 기준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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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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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이 발명한 기술에 대한 특허권 심사 기준을 마련한다. 최근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 발명이 누구의 소유로 귀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 “AI 기술 반영한 특허 가이드라인 필요”

9일 관계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특허청은 최근 AI가 발명 과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 기여가 특허법에서 어떻게 판단되어야 하는 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정책 연구에 착수했다.

특허청은 연내 AI가 발명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기여한 정도를 평가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발명자 표시와 특허권 귀속 문제를 판단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발명한 기술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발명 과정에서 AI가 기여한 부분을 명확히 평가할 법적 기준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AI가 단순한 도구로 사용된 것인지, 아니면 창의적인 기여를 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청의 이번 정책 연구 결과는 특허와 실용신안 심사 기준을 개정할 때 반영될 예정이며, 관련 기술 분야의 심사 실무 가이드에도 적용될 방침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AI를 이용한 발명은 기존 기술과 다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제적으로도 주요국 특허청 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맞춘 정책 연구를 통해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국가가 AI 발명자권 인정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주요국 간 협력과 조화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AI 발명자권

지난 2019년 다부스(DABUS) 사건은 AI 발명자 논의의 중요 사례다. 미국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개발한 다부스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했다. 다부스가 창출한 발명은 여러 국가에서 특허 출원을 시도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 2022년 AI는 발명자로 인정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며, 미국 특허법에서 발명자는 반드시 자연인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대법원과 독일 역시 지난해 말과 올해 각각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예외적으로 다부스를 발명자로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미국에서는 AI 발명자권에 대한 논의가 불붙고 있다. 지난해 10월 백악관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올 2월 AI-이용 발명에 관한 발명자권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AI는 발명자로서 인정될 수 없으며, 인간 발명자만이 발명을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AI가 인간의 도구로 사용돼 발명에 기여한 경우, 그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USPTO는 지난 7월 AI-이용 발명의 특허적격성에 관한 지침을 추가로 제시했다. 이 지침은 AI가 발명 과정에서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공하며, AI의 기여가 발명의 독창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기준으로 특허 출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김명주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장(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특허권이나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은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의 상황도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대신 AI를 활용한 범위나 기여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사람이 특허권자로 인정받는 조건을 설정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허 출원 단계에서 AI의 기여도를 정확히 명시하도록 하고, 그 기여도가 지나치게 크다면 발명자로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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