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각종 전시회에 마련한 부스를 찾는 중국 기업 관계자들이 ‘제품 베끼기’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데 공을 들였다. 불과 1년여 만에 풍경이 확 달라진 것이다. 올해 IFA의 꽃은 단연 중국 기술이다. 한국 기업들이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내놓기보다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연결성 등 향후 나아갈 방향 제시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초’ ‘세계 초소형’ 같은 수식어를 단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냈다.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인 아너는 초소형 폴더블폰 매직V3로 시선을 끌었다. 아너 부스는 매직V3가 얼마나 얇은지 두께를 촬영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으로 종일 북새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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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해도 괜찮은 ‘중국 폴더블폰’…로봇비서는 삼성·LG 제품 빼닮아
중국 기업들은 ‘IFA 2024’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아너는 폴더블폰 매직V3를 공개하면서, 기기를 15분간 세탁기에 돌린 뒤에도 정상 작동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박해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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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삼성 갤럭시 폴드5·6와 비교하며 “큰 디스플레이를 갖춘 폴더블폰은 AI 시대 완벽한 선택이지만, 두껍고 무거운 폴더블폰을 생각한 이들은 제 말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의 기술과 혁신은 여러분의 생각을 바꿔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갤럭시폰뿐 아니라 애플 아이폰과의 비교도 서슴지 않았다. 자오 CEO는 “매직V3(226g)는 아이폰15 프로맥스(221g)와 5g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며 “아이폰 완충 배터리로는 최대 10.2시간 영상을 볼 수 있지만 우리 제품으로는 15.4시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머리 위로 던졌다가 바닥에 떨어진 폰을 집은 이후, 기기가 문제없이 작동되는 점을 보여주며 하드웨어의 견고함을 자랑했다.
대화 맥락도 이해하는 중국 TV
창홍은 일상어로 소통 가능한 AI TV를 공개했다. 박해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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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또 아너 폰으로 영상의 딥페이크 여부를 감지하는 AI 기술을 시연했다. 저장된 영상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화상통화도 스캔해 변조 가능성을 판단했다. 카메라를 탈·부착할 수 있는 노트북 ‘매직북 아트 14’도 주목받았다. 카메라를 없애 베젤(테두리)을 얇게 하는 대신 본체에 숨겨진 모듈식 카메라를 꺼내 부착하는 형태다.
중국 전자업체인 창홍도 이날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인 ‘윈판’을 탑재한 첫 번째 AI TV를 공개했다. 일상어로 소통할 수 있어 “여자친구가 왜 나한테 물음표를 보내는지 모르겠어”라고 질문하면 이 AI TV는 “여자친구가 화가 난 것 같으니, 설명하고 사과하세요”라고 대답했다. 일상어로 소통할 수 있어 인간관계를 이해해야 할 수 있는 답을 하는 것이다.
하이센스는 삼성·LG와 비슷한 로봇 비서 ‘할리’를 내놨다. 박해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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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의 기술력도 눈길을 끌었다. 창립 3년 차인 선전 나이노보 테크놀로지는 이달 출시를 앞둔 스마트링 링콘 2세대를 선보였다. 샘 니 부사장은 “수면무호흡증을 측정하는 스마트링은 우리가 세계 최초”라며 “갤럭시링은 한 번 충전에 7일 지속하지만 링콘은 12일간 사용할 수 있으며 충전케이스는 한 번 완충에 150일 지속이 가능하기에 우리 제품의 기술 수준이 앞선다”고 말했다. 가격은 299달러(약 40만510원)로 갤럭시링(49만9400원)보다 저렴했다.
한국 기업 제품과 기능이나 디자인이 흡사하거나, 아예 똑같은 제품도 적지 않았다. 하이센스는 삼성전자 ‘볼리’와 LG전자 ‘Q9’과 비슷한 제품인 로봇 비서 ‘할리’를 내놨다. 노래에 맞춰 팔을 흔들고 웃으며 춤을 추는 모습에 방문객들은 탄성을 내뱉으며 호응했다. 이 제품은 오픈AI의 ‘챗GPT4o’를 탑재했지만, LG전자의 AI홈 허브 기능은 없었다.
김주원 기자 |
삼성·애플과 대놓고 비교하기도
TCL은 이날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새로운 스마트폰(50 NXT페이퍼) 출시와 함께 미국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다. TCL은 LLM과 자동 음성 인식 등 MS의 애저 AI 기능을 활용해 자사 제품 성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TCL은 미니 LED TV 등 다양한 TV 제품 라인업도 공개했다.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업계에선 아직 한국이 한발 앞서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의 많은 업체가 다양한 기술과 신제품을 쏟아내는 상황 자체가 한국 기업들에 매우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베를린=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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