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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호랑이 문신’ 사발렌카, US오픈 테니스 첫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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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호랑이의 해에 태어나

“맹수의 왕 기운 받고 싶어 문신”

조선일보

아리나 사발렌카가 US 오픈 테니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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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나 사발렌카(26·벨라루스)의 왼팔에는 커다란 송곳니를 드러낸 호랑이 문신이 있다. 자신이 태어난 1998년이 ‘호랑이의 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느 날 호랑이 꿈을 꾸고 나서 문신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언제나 ‘맹수의 왕’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사발렌카는 첫 US 오픈 테니스 우승이라는 먹잇감을 향해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미국 뉴욕에 자리 잡은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이 사냥터였다. 잠실야구장(2만3750석)과 비슷한 관중 2만3771명을 수용하는 이 세계 최대 테니스 경기장이 8일 가득 찼다. 여자 단식 결승을 보러 온 팬들이었다.

사발렌카(세계 2위)는 미국의 제시카 페굴라(6위)를 2대0(7-5 7-5)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2021년과 2022년 이 대회 4강, 작년에 준우승했던 아쉬움을 풀었다. 사발렌카는 “그동안 여러번 US 오픈 타이틀에 아주 가까이 갔는데, 결국 이 아름다운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US 오픈 우승 상금은 360만달러(약 48억원), 준우승 상금은 180만달러(약 24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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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호주 오픈 챔피언인 사발렌카는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을 3번으로 늘렸다. 페굴라와의 상대 전적은 6승 2패가 됐다.

사발렌카(182㎝)는 이날 최고 시속 190㎞ 가까운 강서브로 에이스 6개(페굴라 4개)를 기록했다. 두 번째 서브로 득점한 비율(42%-21%), 네트플레이 득점(18-5)도 앞섰다. 공격 성공 횟수(40-17)가 압도적이었다.

사발렌카의 이번 대회 포핸드 스트로크 평균 스피드(시속 129㎞)는 남자 세계 3강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시속 127㎞·스페인), 얀니크 신네르(시속 126㎞·이탈리아), 노바크 조코비치(시속 122㎞·세르비아)를 앞선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서브나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포효하듯 기합을 넣었던 사발렌카는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코트에 드러누워 감격스러워했다. 페굴라와 인사를 나눈 뒤엔 관중석으로 올라가 코치진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피트니스 코치인 제이슨 스테이시는 자신의 민머리 정수리에 임시 문신으로 보이는 호랑이 그림을 붙이고 응원했다. 스테이시 코치는 지난 호주 오픈 때는 경기를 할 때마다 머리에 사발렌카의 사인을 받고 관중석을 지켰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페굴라(30·170㎝)는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 맞은 메이저 대회 우승 기회를 놓쳤다. 지난달 신시내티 오픈에서 사발렌카에게 0대2로 진 데 이어 홈 코트에서 또 무릎을 꿇었다.

페굴라는 베이스라인을 지키는 작전을 폈다. 상대적으로 적은 범실(22-34), 반 템포 빠른 리턴을 구사하며 사발렌카에게 맞섰다. 1세트에선 2-5로 뒤지다 5-5로 따라붙었는데, 역전하지는 못했다. 2세트에선 0-3으로 뒤지다 5-3으로 앞서 나갔지만 내리 4게임을 뺏기며 고배를 마셨다.

작년 코리아오픈 우승자인 페굴라는 14일 개막하는 올해 코리아오픈에도 출전해 한국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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