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수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분이 누적됐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기준 연도인 2020년(100) 대비 14% 가까이 증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소득 증가세가 물가 상승세를 못 따라잡는 흐름이라 국민이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하 교수는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수개월 이상 지속해서 2% 초반대를 기록하고 소득 증가가 충분히 뒷받침해줘야 국민이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이 물가 안정을 체감하지 못 하는 이유는 또 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2% 오르는 데 그쳤지만, 세부적으로 뜯어 보면 ‘밥상 물가’로 통용되는 신선식품지수가 3.2%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배(120.3%)와 사과(17.0%), 김(29.8%), 배추(9.6%), 수입 쇠고기(8.2%) 등의 오름폭이 컸다. 올여름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가 신선과실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통계청은 본다.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의 이종웅 차장과 김윤재 조사역은 지난 5일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 제목의 분석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 물가가 지표 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높은 생활물가는 특히 의식주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 가구,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여전한 고금리 현상도 국민이 물가 안정을 체감하지 못 하도록 한다는 분석(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나온다. 고금리에 따라 대출 이자비용 등이 올라 체감 물가 부담이 낮아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가계 월평균 이자비용은 2022년 2분기 8만6000원에서 올해 1분기 12만1000원으로 40% 넘게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기록한 게 내수 경기를 촉진할 호재가 아니라 고금리 등으로 내수가 침체한 데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 경기가 안 좋아져 물가가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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