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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르포]삼성·LG 바짝 뒤쫓는 중국 AI 가전…"스마트홈 연결성·확장성은 아직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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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4, 중국 기업 부스 관람해보니
삼성·LG전자 혁신 기술 따라오거나 앞서기도
"기술 정교함과 보안 인식은 아직 떨어져"
한국일보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의 중국 하이센스 부스에서 인공지능(AI) '집사 로봇'인 할리(Harley)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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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여워서 집에 당장 데려가고 싶어요.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 행사장 내 중국기업 하이센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의 감탄이 흘러나왔다. 살펴보니 인공지능(AI)을 장착한 '집사 로봇'인 할리(Harley)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이센스는 시연회에서 "할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감정을 살펴 대화를 하고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할리는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LG전자 부스의 이동형 AI 홈 허브이자 집사 로봇인 'Q9(코드명)'의 외모를 쏙 빼닮았다. 자세히 뜯어봐야 차이점을 알 정도. LG전자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4에서 Q9을 처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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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 전시된 LG전자의 이동형 인공지능(AI) 홈 허브인 코드명 Q9(왼쪽 사진)과 중국 하이센스의 홈 어시스턴트인 할리. 베를린=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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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할리의 기능은 Q9에 비해 다소 뒤처져 보였다. 할리는 챗GPT-4터보가 들어 있지만 Q9은 GPT-4o(옴니)를 사용해 훨씬 똑똑하다. 할리는 바퀴로 굴러가지만 Q9은 두 다리로 이동이 가능한 점도 다르다. 무엇보다 할리는 Q9의 핵심인 여러 가전을 제어하는 AI 홈 허브 기능이 없었다. 다만 하이센스 현장 관계자는 "할리도 내년이면 AI 허브를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가전 기업들이 한국 가전 기업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올해 IFA 2024에서 중국 기업들은 AI 기능을 장착한 여러 신제품을 내놓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LG전자처럼 AI와 가전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에 뛰어든 모습이다.

'두려운 경쟁사' 된 하이얼, 스마트홈 기술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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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이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AI를 활용해 가전을 연결하는 스마트홈 플랫폼인 hOn 기술을 전시한 모습. 베를린=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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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가장 두려운 중국 경쟁사'로 꼽는 중국 하이얼도 인상 깊었다.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후버, 일본 산요, 이탈리아 캔디 등을 인수해 몸집을 불린 후 스마트홈 기술을 내세워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번에도 3,300㎡(약 998평)의 대형 부스를 차려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홈 플랫폼 hOn(혼)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처럼 AI와 가전을 앱을 통해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 중인 것.

특히 하이얼은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태양광 발전 등으로 얻는 에너지량을 분석하고 hOn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가전 제품을 원격으로 관리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이얼의 hOn 앱은 이미 유럽에서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시장을 겨냥한 고효율 에너지 상품을 내놓는 것처럼 하이얼도 에너지 등급 A에 도달한 냉장고나 에너지 등급 A++에 도달한 오븐 등도 내놓았다.

다만 스마트홈의 필수 조건인 확장성과 안전성은 확보하지 못한 듯하다. 삼성전자는 2014년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후 스마트홈에서 다양한 브랜드 및 가전 기기 연결이 가능하도록 개방형·오픈형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얼의 현장 관계자는 "hOn 앱에선 하이얼과 자회사인 캔디, 후버 가전만 연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사용자 보안을 강화한 '삼성 녹스 매트릭스' 등을 주요하게 강조했는데 hOn에선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보안에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면서 "스마트홈은 신뢰가 바탕 돼야 하는 분야라서 갈수록 차이가 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글로벌 TV 점유율 1위 삼성전자를 추격 중인 TCL도 올해 초 CES에서 선보였던 세계 최대 크기인 115인치 '퀀텀닷(Q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전면에 전시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아너는 신제품 '매직V3'를 15분 동안 세탁기에 돌려도 고장이 나지 않는 실험 영상을 보여주며 관람객을 모으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서유럽 폴더블폰 시장에서 아너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로봇청소기 등 일부 기술은 중국이 앞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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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주년을 맞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24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전시장 메세 베를린 외벽을 중국 기업 하이얼이 장식하고 있다. 베를린=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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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은 낮지만 파격적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로 승부하던 중국 가전은 이제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가전에 비해 기술력이 2, 3년씩 앞서갔지만 이제 6개월~1년으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보면 특정 분야에선 국내 기술을 앞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로봇청소기 등에 필요한 자율주행, 맵핑 기술 분야에선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로보락은 이번 IFA에서도 최대 4㎝ 높이의 방지턱을 넘을 수 있는 로봇청소기 신제품(Qrevo-Curv)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한 달 전 LG전자가 최대 2cm 높이의 문턱을 넘는 로봇청소기를 출시했는데 로보락이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커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홈 시대에는 삼성 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프라이버시와 보안 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온디바이스 AI 결합 등으로 초개인화된 기기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재철 LG전자 생활가전사업(H&A) 본부장(사장)은 "스마트홈이 누군가 성공 스토리를 만든 단계는 아니어서 비슷한 듯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경쟁사가 뭘 했는지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게 뭘까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베를린=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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