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늦깎이 테너 백석종, 그의 '네순 도르마'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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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SBS 문화예술전문기자가 전해드리는 문화예술과 사람 이야기.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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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의 마지막 공연 날(8월 11일), 콘서트홀은 공연 시작 전부터 기대감으로 들썩였습니다. 런던 로열오페라, 뉴욕 메트오페라 등 전 세계 주요 극장의 주역으로 활약 중인 테너 백석종을 드디어 한국에서도 보게 되었다는 기대감이었죠. 백석종으로서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데뷔'이면서, '금의환향'과도 같은 무대였습니다. 단단하면서도 시원하게 뻗어가는 목소리, 자연스럽고 빛나는 고음, 백석종의 노래는 그가 왜 요즘 각광받는 '스타 테너'인지 입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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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테너 백석종이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을 다녀갔습니다. 저는 지난봄 휴가 내고 런던에 갔다가 그가 출연한 로열오페라 '나비부인'을 봤고, 그의 '인생 극장'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다시 들어도 여전히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런던의 황정원 작가가 지난해 그를 인터뷰하고 쓴 글도 있지만, 다시 한번 그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먼저 백석종의 '성공 스토리'부터 보겠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바리톤으로 노래했지만, 테너로 전향해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2022년 5월, 런던 로열오페라에서 생상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로 데뷔했습니다. 무명 테너였던 그가 오페라 무대 데뷔를, 수많은 가수들이 꿈꾸는 오페라극장인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그것도 주역으로 해낸 겁니다.
백석종은 원래 주역에게 사정이 생길 경우를 대비한 '커버'였다가, 주역 가수의 부상으로 대신 무대에 섰습니다. 상대역은 세계적인 메조 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 결과는 빛나는 성공이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의 목소리는 속속들이 영웅답고, 빛나는 고음은 어두운 오케스트라 소리를 뚫고 치솟았다'라고 극찬했습니다.
ⓒ Taeuk K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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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또 한 번의 드라마. '삼손과 데릴라' 공연 막바지,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코로나19에 걸려 다음 공연이었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출연을 취소하면서 백석종이 다시 한번 대타로 출연합니다. 역시나 처음 해보는 오페라였지만, 백석종은 2주 만에 속성으로 작품을 익히고 무대에 올랐고, 연속 홈런을 쳐냈습니다.
로열오페라에서 검증을 마친 백석종에게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의 초청이 잇따르기 시작합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3-24시즌에 '나부코'와 '투란도트'로 출연했습니다. 로열오페라에서는 '아이다', '나비부인' 주역을 그에게 맡겼습니다. 미군 장교인 핑커톤 역을 로열오페라에서 아시안 테너가 맡은 것은 처음입니다. 최근 런던 BBC 프롬스에서 베르디 '레퀴엠' 무대에도 올랐습니다.
© Karen Almo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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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테너로 전향하고 불과 1~2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커버가 주역 대신 무대에 서는 일은 자주 없고, 이런 일이 잇따라 일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백석종 자신도 '이전에 들어본 적 없다'라고 한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수없이 많은 실패와 고난, 선택,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전주 출신의 백석종은 누나를 따라 예고에 진학하면서 성악을 시작했습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투란도트' 중 칼라프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못한다)'에 마음을 빼앗겼고, 언젠가는 나도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가 바리톤이라 했습니다. 당시 백석종의 목소리에는 이 아리아에 필요한 '고음'이 없었습니다.
줄곧 바리톤으로 공부한 그는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자 부모님의 제안으로 미국 유학을 떠납니다. 먼저 캐나다 토론토에서 일하며 영어를 배우고, 2010년 미국 뉴욕 맨해튼 음대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그의 유학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유학 도중 가세가 기울어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생활했습니다. 중간에 귀국해 군악대 성악병으로 군 복무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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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연습하는 길밖에 없다고 여기고 날마다 연습에 정진하던 중, 그는 이전에 못 했던 고음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도유망한 바리톤이었던 그가 테너를 하고 싶다고 하자, 선생님을 비롯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말렸습니다.
테너였다가 바리톤으로 바꾸는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공개 레슨에서 만난 세계적인 바리톤 토마스 햄슨은 그의 소리를 듣더니 '바리톤 중에도 고음을 잘 내는 사람이 있다. 너는 리릭 바리톤이다'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때 완전히 마음을 접었죠. 마음을 접고 계속 정진하는데, 바리톤으로 나간 콩쿠르에서 항상 3등 안에 들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영 아티스트 오퍼도 받았어요. 이게 내 길인가 하는 참이었는데, 졸업 즈음인 2019년에 어떤 분이 불을 다시 지펴서 이렇게 됐어요."
그의 마음속 불을 다시 지핀 '어떤 분'이 바로 테너 이용훈입니다. 이용훈은 2010년 '돈 카를로'로 뉴욕 메트오페라 데뷔 이후 지금까지 메트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극장을 누비는 '월드클래스' 테너입니다. 해외 활약에 비해 한국 연주가 적었지만, 지난해 '투란도트', 그리고 올해 '오텔로'로 한국 관객을 만났습니다. 백석종은 대선배인 이용훈 앞에서 노래하고 그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용훈 선생님은 정말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에 진심인 분이니까, 제 소리를 듣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셨어요. 석종 씨는 테너 해야 될 것 같다, 바리톤으로도 훌륭한 소리를 갖고 있지만, 테너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꺼졌던 불'이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테너를 하고 싶다'는 백석종의 마음속 불은 단 한 개비의 장작에도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은 바리톤으로 선발된 터라, 그는 고민 속에 샌프란시스코로 향했습니다. 바리톤으로 무대에 서면서도 테너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강해졌습니다. 결국 2년인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1년 만에 그만두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나왔습니다. 2020년 3월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팬데믹이 미국을 덮쳤습니다.
"테너로 바꾸기로 마음먹고, 연습을 해야 하니까 선생님을 찾아보려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못 만난 대요.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까."
선생님을 구하지 못한 백석종은 혼자 연습을 시작합니다. 당시 그가 다니던 샌프란시스코의 한인 교회가 연습실이 되었습니다. '셧다운'으로 예배가 열리지 않는 텅 빈 교회에 날마다 '출근'했습니다. 선생님은 없었지만, 조언자는 있었습니다.
"노래 안 되면 누나한테 페이스타임(메신저를 이용한 영상통화)을 거는 거예요. 누나도 성악을 했고 뉴욕에 있었거든요. 페이스타임 걸어서, 그게 얼마나 잘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누나 앞에서 노래를 했어요. 누나가 듣고 '여기가 마음에 안 들어', '여기가 좀 이상해' 그러면 그걸 고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요."
-그럼 누나가 선생님이었네요?
"선생님이라기보다는... 누나가 귀가 예민해요. 그래서 '이 부분은 마음에 안 든다'라고 하면, 제가 '이걸 어떻게 고치지' 하면서 스스로 바꾸는 식으로 했어요. 가르쳐 준 것은 아니지만 누나 역할이 컸죠."
세상이 멈췄던 팬데믹 기간, 그는 날마다 그렇게 텅 빈 교회에서 연습했습니다. 그는 고음을 그저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음역대에서 힘을 조절하며 지치지 않고 편하게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연습 시작하고 1년 정도까지는 길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막막했습니다. 테너로 무대에 올라갔다가 망치는 악몽을 자주 꿨습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좀 더 빨리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그런데 누가 또 가르쳐줄 수 있었을까 생각도 들어요. 오히려 감사한 건, 제가 이전부터 지향했던 발성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항상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연습하면서 1년 딱 넘어가기 시작하니까 테너 노래가 힘 안 들이고 되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되지? 저도 신기했어요. 그때부터는 노래가 잘 되는 방법으로만 몸에 익히려고 노력했고, 그랬더니 어떤 '발성'을 제가 깨닫게 된 거죠."
팬데믹으로 극장 문이 닫히고 어차피 설 무대도 없었던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전화위복'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1년 반 홀로 '수련'을 거친 그는 자신에게 맞는 테너 발성을 터득했습니다. 실력을 검증받고 싶어, 테너로 다시 콩쿠르에 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그가 마치 은둔 수련하다가 깨달음을 얻고 강호로 나온 재야의 고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1년, 맨 처음 테너로 출전한 미국 로렌 자카리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출전 연령 제한에 걸리기 직전인 35살, 결선 진출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았습니다. 그는 이 콩쿠르 경연 무대에서, 성악을 처음 시작하던 때 듣고 언젠가 꼭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노래, '네순 도르마'를 처음으로 불렀습니다. 심사위원 한 사람은 그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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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세를 몰아 유럽의 콩쿠르에도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탈리아 빈체로 콩쿠르, 스페인 비냐스 콩쿠르에서 그를 눈여겨본 런던 로열오페라의 캐스팅 디렉터 덕분에 로열오페라 오디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노래를 들은 안토니오 파파노 음악감독은 2022년 5월로 예정된 '삼손과 데릴라'에 삼손 역 '커버'를 제안했습니다.
"원래는 제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팔레르모 극장이라는 곳에서 '토스카'로 데뷔하기로 했었어요. 그건 커버가 아니었죠. 그런데 로열오페라에서 갑자기 삼손 역 주역 가수가 출연을 취소했다는 거예요."
-무슨 일이 생겼대요?
"신혼여행 갔다가 다리를 다쳤대요. 그래서 갑자기 저한테 새로운 제안이 들어온 거죠. 커버가 아니고. 그 순간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팔레르모나 로열이나 다 오페라 극장이고 전막 오페라 하는 건 똑같아도, '로열오페라'라는 게 너무 커서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지만, 그냥 냅다 하기로 했습니다."
'삼손과 데릴라'는 물론이고, 테너로서는 어떤 오페라 무대에도 서본 경험이 없는 상황. 삼손은 보통 테너들이 연륜이 쌓인 후 맡는 무거운 역할이지만, 그는 고민하지 않고 기회를 잡았습니다. 두 달간 개인 연습과 6주간 리허설을 거쳐 드디어 막이 올랐습니다.
-맨 첫 공연 하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기분 없죠. 없어요. 그냥, 해냈구나! 딴생각이 들 수 없어요. 그냥 리허설에 충실하고 디렉터들이 원하는 거 다 이끌어내 줘야 하고 이러니까 집중하자는 생각밖에 없었죠."
-관객들 반응이 좀 보이셨어요? 테너로서 첫 무대였는데.
"좀 의아했어요. 왜 이렇게 좋아해 주지? 커튼콜 할 때 엘리나랑 같이 나갔어요. 그래서 엘리나 덕에 박수를 더 받았나 싶었어요. 반응이 너무 좋아서."
백석종은 이어진 '카발레리나 루스티카나'에서 원래 주역인 요나스 카우프만의 '커버'를 맡았다가, 결국 무대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백석종은 그것도 신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요나스 카우프만이 계속 리허설을 안 오더라고요. 코비드에 걸렸다는데, 거의 마지막 선까지 리허설에 안 왔는데, 공연은 하겠다고 했대요. 극장에 비상이 걸렸어요. 디렉터가 와서 '너 카발레리나 루스티카나 주역 커버할래?' 하더라고요. 사실 커버가 실제 무대에 서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커버는 대기하고 있다가 주역 가수들이 리허설을 펑크 내면 리허설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 주는 게 주된 역할이거든요. 주역이 출연을 취소하면 그 비슷한 급의 가수를 데리고 와야 해요. 표를 비싸게 팔았는데 인지도가 없는 사람들을 쓸 수는 없는 거죠. 그래서 저도 커버니까 (무대에 설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1주일쯤 남겨 놨을 때 카우프만이 다시 '개막일에도 못 가겠다'라고 통보해 왔습니다. 극장은 급히 백석종에게 카우프만 대신 무대에 서달라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때 '삼손과 데릴라' 공연 마지막 주였어요. 공연하면서, 하루에 4시간씩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코치를 받았어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한다고 했지, 알았으면 대차게 거부했을 거예요. 내가 삼손은 잘 해냈는데, 여기서 망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삼손과 데릴라' 공연 끝나고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리허설에 투입됐는데, 첫날은 완전 백지상태였어요. 음악만 익히고, 악보는 못 뗀 상태로 리허설에 들어갔어요."
오케스트라 리허설까지 1주일 남은 상황.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무대에서 하고 나면 2~3일 뒤에 바로 개막입니다. 그런데 그는 아직 가사도 다 못 외고 동선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리허설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습니다.
"제가 죽을 표정을 하고 있으니까, 마에스트로(안토니오 파파노)가 괜찮다고, 그냥 하라고 했어요. 극장에서 가사 앞에서 불러주고, 동선 짜주고, 제가 극장을 도와주는 셈이니까 극장도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더라고요. 한 사흘 하고 나니까 좀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연습하고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들어갔는데, 파이널 드레스 리허설처럼 무대에서 했어요. 그때 악보도 없이, 동선도 되고, 가사도 안 틀리고 정확하게 끝까지 다 뛰었어요. 그리고 오프닝 공연도 무사히 했습니다. 무사히 한 걸 떠나서, 역할이 저한테 너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두 번의 대타가 그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로열오페라는 다시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 역을 그에게 제안했습니다. 무명의 테너를 잇달아 큰 무대에 세운 로열오페라도, 백석종도 모두 '모험'을 했고, 이 모험은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삼손과 데릴라' 하면서 더 큰 회사로 매니저를 바꿨거든요. 새로운 매니저가 뉴욕 메트오페라 캐스팅 디렉터가 런던 출장 왔다고 하니까, 얘를 앉혀 놔서 공연을 보게 한 거예요. 저는 이전에도 메트오페라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 디렉터하고 안면이 있는 사이였는데, 오디션 봤을 때는 별 반응이 없었어요. 메트는 거의 스타들만 써서, 오디션으로 캐스팅되기가 쉽지 않아요. 신인 테너들한테는 별로 눈길을 안 주는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보고 마음에 들었나 봐요. 바로 캐스팅이 됐죠."
© Karen Almo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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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뉴욕에서 공부할 때 동경했던 '꿈의 극장'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정복했습니다. 특히 지난 6월까지 공연한 '투란도트'는 그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칼라프 왕자 역을 맡은 그가 '네순 도르마'를 부르면 메트의 객석은 거의 공연 중단에 가까울 정도로 긴 박수를 보내며 열광했습니다. 막 성악을 시작한 10대의 백석종에게 꿈을 안겨줬던, 전설적인 테너 파바로티가 불렀던 바로 그 곡. 우렁차고 빛나는 고음으로 '승리한다(Vincero)'고 노래하며 끝나는, 테너 아리아의 대명사와도 같은 곡입니다.
*투란도트는 구혼자들에게 수수께끼 세 개를 내고, 풀지 못하면 사형에 처하는 중국의 공주입니다. 망국의 왕자로 방랑하던 칼라프는 투란도트를 우연히 보고 사랑에 빠져 구혼자로 나서고, 아무도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선뜻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 투란도트에게 칼라프는 역으로 자신의 이름을 수수께끼로 내며 승부수를 던집니다. '내일 아침까지 내 이름을 알아내면 나를 처형해도 좋다'고 하는 겁니다. 투란도트는 '이 남자의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고 명령하고, 칼라프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노래합니다. 바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혹은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로 알려진 곡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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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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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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