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방궁’ 논란 등 역대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 문제로 공격 받는 건 어느새 한국 정치권의 통과 의례가 됐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도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긴축재정을 외치며 민생 지원금을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퇴임 후 사저 경호시설에는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일이냐”고 적었다.
최 의원은 하루 전에도 “윤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경호시설 신축을 위해 무려 139억80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임 대통령들의 경호시설 예산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2025~2027년 경호시설 신축을 위한 총사업비가 139억8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62억원)·박근혜(67억원)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시설 신축 비용과 비교해 금액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최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통령실도 반박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5일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경호·경비시설 관련 비용은 통상 임기 3년차의 다음 해 예산에 반영하며, 잠정 추산된 금액일 뿐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이전보다 사업비가 많이 책정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주로 지방에 사저를 둔 역대 대통령과 달리 부지가 서울이나 경기에 위치할 가능성을 고려해 수도권 부지 단가를 잠정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부지 면적은 과거 사례(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대비 절반 수준이며, 건축 비용은 전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생각이 강하다. 아직 확정된 예산도 아닌데다 윤 대통령의 퇴임 이후 거주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강남 고급 아파트에 거주했던 윤 대통령의 거주 수준을 맞추려다 예산이 폭증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거나 “‘퇴임 후 양평으로 가실 계획이라서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하신 겁니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혹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1일 국민의힘 추경호(오른쪽) 원내대표와 장동혁 당시 원내수석대변인이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이 전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역대 대통령에겐 사저 관련 논란이 따라다녔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3년차에 불거졌다. 2020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업무시설용 부지 취득’ 명목으로 22억원 가량의 예산이 편성되자 “퇴임 후 경남 양산으로 가려는 게 아니냐”는 기사가 쏟아졌다. 2021년 3월엔 양산 사저 부지의 지목이 ‘전(田)’에서 ‘대(垈)’로 바뀌자,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에서 “지목이 바뀌어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직접 페이스북에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적어 화제가 됐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대응이라는 평이 나왔다.
역대 전임 대통령 중 처음으로 지방에 퇴임 후 사저를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현직 시절부터 공세에 시달렸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짓기로 한 사저를 놓고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주변을 세금을 들여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꾸몄을까 싶다”고 비난했다. 퇴임 이후엔 한나라당 공개 회의에서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 지어놓고 사는 사람 없다”는 말도 나왔다.
몇 년 뒤 여야 입장은 정반대가 됐다. 2011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사저 구입 방식을 놓고 야당이 된 민주당의 공세가 쏟아졌다. 민주당은 공개 회의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사저에 아방궁이라고 비판했던 한나라당이 그 15배인 이 대통령 사저에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을 향해 일종의 ‘내로남불’ 공세를 편 셈이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