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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북핵 협상, 트럼프 아닌 해리스가 더 안심일까…주목받는 2027년 [Focus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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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역사적 순간이 될 뻔했던 트럼프와 김정은의 협상이 결렬된 이래,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전략적 인내’를 연장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 대해 답답한 심정이 있지만, 트럼프가 재당선 후 하게 될 북미 협상은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는 우리가 기대하는 협상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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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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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달리, 김정은에게 적대적인 해리스



예측 불허인 트럼프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다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북미협상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마치 확인해주듯, 트럼프는 두 달 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김정은에 대한 특별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의 형식으로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답하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은 트럼프가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북한의 ICBM 능력을 제한하는 안만을 요구하고, 대신 북한에 한국의 안보를 약화하는 양보를 해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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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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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중에 김정은을 언급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는 그런 폭군이자 독재자를 호락호락하게 대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전당대회 전에 발표한 민주당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가 빠졌다는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가 있자, 그것은 “항상 우리의 목표”였다며 한국에 안도감을 주었다.



해리스에겐 부차적이고 어려운 북한 문제



해리스의 연설을 통해 가장 강렬하게 느낀 인상은 모두와 모든 것에 대한 포용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직업·정당·인종·성별·언어를 모두 끌어안는 ‘우리’를 위한 정치를 하겠고, 그 ‘우리’가 염려하는 국내외 어떤 이슈도 놓치지 않고 돌보겠다는 것이었다. 너와 나를 갈라놓고 ‘나’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정치와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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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22년 9월 29일 오후 경기 파주 오울렛 OP에서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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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 모든 것들 중에서 북한 핵 위협 해결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북핵 문제는 해리스가 자신 있는 이슈에서 거리가 멀다. 주로 국내 정책과 관련한 정보위원회, 법사위원회만 의정활동을 해왔다 보니, 대외 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이나 비전, 혹은 로드맵을 제시하기보다는 바이든 정부 혹은 민주당의 방향성을 강화·발전할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인권을 중시해온 해리스가 가장 책임감을 느낄 이슈는 전쟁에 따른 민간인 살상이다. 자국민들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서의 무고한 죽음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더욱이 몸담았던 바이든 정부가 미처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취임 즉시 이 두 개의 전쟁을 끝내는 것이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을 되찾기 위한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리스 정부가 고단하고 지난한 과정이 될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한 미국 전문가는 해리스의 연설 내용을 김정은과 대화조차 하지 않을 거라는 뜻으로 읽기도 했다. 러시아에 무기를 퍼 나르고 인권 탄압을 저지르는 북한에 대해 독자 제재의 강도를 높이거나, 제재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접근을 추진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게 더 급한 문제는 북한의 전술핵 사용 위협과 이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 고조다. 아마도 이에 대해, 해리스는 한미가 함께하는 일체형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 믿을 것이다. 물론 한미의 억제태세는 매우 공고하고, 북한 핵위협에 대한 최선의 대안임은 맞다. 그러나 이로써 북한의 물리적 공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지향하며 북한 전술핵의 고도화와 다종화를 더디게 할 정책적 도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협상한다면 중간단계 설정 불가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스 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더 연장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협상은 이미 북한에 유리한 게임으로 시작될 것이다.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와의 협상에 대해 북한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밑에서 협상 ‘시작’을 위한 요구를 하거나 협상에 더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한층 고조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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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17일 중요국방공업기업소을 찾았다. 이 공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차량을 생산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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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북한의 뜻에 맞춰서라도 협상이 시작된다면, 해리스 정부 역시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되, ‘중간단계’를 모색하는 협상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ICBM 능력 제한과 핵실험 중단을 첫 단계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해리스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다를 것이라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한국 정부와의 적극적인 조율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의 우선순위를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와 조율된 협상 구도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요구할 대가 중에 한국과 미국이 합의 하에 내어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리스 정부는 한국과의 조율을 추구하다가 다시 수수방관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이 2027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어, 그 이후에 대북 협상 추진을 검토하고 차기 정부와 조율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해리스 정부가 할 북미 협상이라고 더 안도할 수는 없다. 협상에서 무언가 얻고자 한다면, 아직 비핵화가 한참 먼 시점에 북한이 원할만한 무언가를 양보해야 한다. 우리에게 그럴 결심이 서 있는가? 아니라면, 협상이 여전히 비핵화를 위한 정책적 도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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