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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딥페이크 성범죄, 왜 유독 한국에 판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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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 등 학부모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 및 근본적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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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딥페이크 디지털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텔레그램에 지역별·학교별 ‘겹지방’(겹치는 지인 방)이 만들어져 딥페이크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달 22일 한겨레 보도로 알려진 지 열흘여 만이었다.



토론회가 끝나기 직전 한 외신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딥페이크 기술도, 10대 청소년도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있는데, 딥페이크 성범죄가 왜 유독 한국에서 이렇게 빨리, 많이 문제가 됐다고 보십니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학원 등에서 수준 높은 코딩 교육이 이뤄지지만, 기술 그 자체만을 가르칠 뿐 ‘코딩으로 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물이 무엇인지’를 예방적 차원에서 교육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은 “(딥페이크 성범죄는) 여혐(여성 혐오)이니 남혐이니 그런 문제와는 전혀 다른, 개인에 관련된 일”이라며, “어느 한 부분의 문제로 너무 막 몰리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학생들은 그게 정말 잘못된 건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친구들 사이의 하나의 놀이처럼 (들어)갔다가 그걸 이용해서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는 집단이 생기면서 묘해지는 것 같다”고도 했다.



외신 기자의 궁금증은 해소됐을까? 아니면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을까? 글로벌 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가 지난해 딥페이크 성착취물 누리집 10곳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채널 85곳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일반 딥페이크물의 경우 등장 인물의 77%가 여성인 반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선 99%가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딥페이크 성범죄가 성별과 무관하게 벌어지는 ‘개인의 일탈’이고, ‘아이들의 악의 없는 장난’이라는 여성가족위원장의 발언은 집권당에 문제를 뿌리 뽑을 의지가 있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의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첨단 기술의 ‘신종 범죄’라는 점만 강조하면 피해자의 불안감만 커질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우리 사회가 여성의 몸과 남성의 몸을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는지, 그 차이가 결국 피해자의 성별로 나타난다”며 “구조적 성차별을 건드리지 않은 채 잘못을 저지른 개인만을 가려내 공동체에서 쫓아내는 손쉬운 방식만 반복해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여성을 도구로 보는 배경이 강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여성을 해치는 방식으로 쓰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성평등 교육을 연구하는 교사 모임 ‘아웃박스’가 2020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만든 초등학생용 디지털성범죄 예방 수업 안내서엔 이렇게 적혀 있다. “학생들은 단순히 같은 성별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피해자’ 입장에 서서 범죄를 바라보고 문제를 이야기하죠. (중략) 이는 특정 성별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수업이 아닌 성차별 구조를 이해하고 차별에 저항하는 시민으로 자라나는 수업입니다.”



정인선 젠더팀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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