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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나라 흔든 '김건희 디올백' 9개월... '비검사 전문가'들 결론 곧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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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의혹, 시작부터 지금까지]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 선물로 시작
검찰총장 '신속 수사' 지시 전담팀 구성
'출장조사' 논란 거쳐 수심위 소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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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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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기소 여부를 논의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현안위원회 회의가 6일 오후 2시 시작됐다. 검사가 아닌 외부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수심위의 결론이 실제 검찰의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지 않아, 9개월 동안 이어진 명품가방 논란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측과 대통령실, 가방 공여자와 야당 측이 매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오든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①사건의 시작: 2022년 9월 디올백 선물


사건은 2022년 9월 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가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김 여사에게 디올(DIOR) 가방을 건네면서 시작됐다. 앞서 최 목사는 그해 6~8월 친분이 있던 김 여사에게 명품 향수, 화장품, 고가 양주 등을 선물했다. 이날이 다른 날과 달랐던 건 최 목사가 명품가방을 건네는 장면이 소형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됐다는 점.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측이 촬영을 기획했다. 최 목사 등은 "이전 면담에서 김 여사가 정부 인사에 개입하는 듯한 통화를 하는 것을 봤고, 그래서 잠입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몰래 촬영된 동영상이 공개된 건 가방 전달 후 14개월이 흐른 지난해 11월 27일이다. 선물 전달 후 1년이 지난 후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촬영한 김 여사 접견 영상을 보도했고, 다음달 초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고발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②속도 붙은 수사: 이원석 "신속·철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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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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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 윤 대통령의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신년 기자회견 발언,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 등 정치권 현안으로 번졌다. 그러나 논란의 정도에 비해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정치권에선 특별검사에게 김 여사 사건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수사에 속도가 붙은 건 4·10 총선 이후다. 임기 종료(9월 15일)를 넉 달여 앞둔 이원석 검찰총장은 5월 3일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 보고를 받고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같은 검찰청 소속 다른 부서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5월 인사를 단행하면서 새 지휘부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박승환 1차장검사를 맞이한 수사팀은 박차를 가했다. 5~7월 공여자 최 목사와 고발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을 불렀고, 김 여사를 보좌하는 대통령실 행정관들까지 모두 조사했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소환조사 가능성에 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6월 3일)고 강조해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다.

③또 다른 논란: 수사팀의 출장조사


수사팀은 조사 끝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등에 비춰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다만 마지막 관문인 김 여사 조사를 놓고 이 총장과 수사팀은 갈등을 빚었다. 7월 20일 서울중앙지검이 정부 보안청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조사했는데, 이는 이 총장에게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를 검찰청사에 부르지 않고 검사가 직접 보안청사로 이동해 조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검사가 휴대폰을 제출하는 일까지 있어 특혜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특혜 및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해왔던 이 총장은 뒤늦게 조사를 보고 받고 대노해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수사팀 검사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 총장이 수사팀 신임의 뜻을 밝히고 수사팀 검사 역시 사표를 철회하면서 갈등은 누그러들었지만, 김 여사 수사 공정성에 대한 여론의 의심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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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에 참석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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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전환점: 이원석, 수심위 회부


결국 이창수 지검장은 지난달 22일 정기 주례보고에서 수사팀의 '김 여사 무혐의' 결론을 보고했고, 이 총장은 하루 뒤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수심위에 직권 회부했다.

검찰 수사팀과 김 여사 측이 각각 제시하는 의견을 듣고 수심위는 토의를 거쳐 이날 밤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해 의결한다. 수심위는 검찰의 공소권 독점과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 과정을 점검하고 검찰 외부 전문가에게 △수사 계속 △공소 제기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하는 제도다.

수심위는 변호사, 교수, 언론인, 종교인 등 각계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만큼, 법리뿐 아니라 국민 법감정까지 변수에 두고 사안을 심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역대 회의를 보면 검찰 수사팀과 다른 방향으로 의견을 낸 경우가 더 많았다. 제도 시행 후 개최된 15차례 수심위 가운데 결과 등이 공개된 12건 중 8건은 수심위가 수사팀과 다른 의견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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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주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과.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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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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