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6 (월)

[기자수첩]딥페이크와의 외로운 전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최근 발생한 딥페이크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딥페이크 영상의 상당부분이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관련업계 관계자는 "딥페이크에 오랜기간 시달려 왔는데, 우리 사회가 늦게라도 경각심을 갖게 돼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업계 종사자의 발언을 곱씹는 건 엔터업계가 그동안 딥페이크와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들은 딥페이크의 집중 타깃이지만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엔터업계가 입고 있는 딥페이크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최근 공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를 보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이고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이었다.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 85곳에 올라온 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한 결과다.

텔레그램발 딥페이크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기업들은 범죄를 자체 해결해야 했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련 인력과 예산은 회사별로 매년 수억원 이상이었다. 대중의 인기와 인지도로 성장하는 엔터업계 특성상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적 보호를 완벽하게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술적 차단도 거의 불가능했다.

텔레그램 사태 이후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까지 나서서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모습은 엔터업계 입장에선 상전벽해다. 가해자 처벌, 영상삭제 같은 실질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업계에선 최근의 사회적 인식 변화가 오히려 더 반갑다는 평가다. 더 이상 혼자 이 싸움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그 자체로 브랜드이자 경제적 자산이다. 특히 ‘K팝’‘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다.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조작돼 만들어진 딥페이크 영상은 단순한 명예 훼손을 넘어 브랜드 가치 하락, 계약 취소, 정신적 피해까지 야기한다.

딥페이크 범죄를 예방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한 법적 처벌로 해결될 수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범죄의 방법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범죄 예방은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심을 기울여야 기술 발전과 제도 강화 같은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딥페이크를 근절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이 됐다. 법과 제도만 만든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 것이다. 모처럼 만들어진 기회를 업계 차원에서도 활용해야 한다. 딥페이크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