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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법 있어도 딥페이크 더 쉬워져”…정치에 책임 묻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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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일 서울 마포구 창비소교빌딩에서 열린 ‘정치, 이번에는 제대로 해결하자! 딥페이크 성폭력 박멸을 위한 긴급 토론회’ 참가자들이 ‘디지털성폭력 박멸하라’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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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가족도, 동료도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이 사회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여성 정치인과 시민들이 딥페이크(이미지·음성 합성 기술) 성착취 등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촉구했다. 장혜영 정의당 전 의원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정치, 이번에는 제대로 해결하자! 딥페이크 성폭력 박멸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현장엔 약 120명의 참가자가 들어찼다. 이들은 ‘디지털성폭력 박멸하라’, ‘정치가 해결하라’, ‘딥페이크 성폭력 박멸하라’ 등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유튜브 생중계에도 약 250명 시청자가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소라넷, 박사방, 엔(n)번방 등 디지털성범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시민들이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정치가 제대로 응답한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장혜영 전 의원은 “피해를 겪은 분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디지털성범죄) 가해 아동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낀다”며 “그 아이들이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 책임을 일선 학교 교사분들에게만 돌려선 안 된다. 훨씬 많은 시간과 자원, 권한을 가진 어른들과 정치인들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하면서 텔레그램 엔번방 사태의 전모를 최초로 밝힌 박지현 전 위원장은 “‘엔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디지털성범죄 양형 기준이 생겼지만, 5년 사이 딥페이크 성범죄가 더욱 쉬워졌다”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나 몰라라’로 일관하는 기업 역시 디지털성범죄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어 “온라인 플랫폼의 의무를 법령에 정하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준수사항을 구체화해, 제재할 근거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국외 플랫폼 기업이 규제에 잘 따르지 않는다면 따르도록 하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도 “(디지털성범죄 문제가) 가장 심각한 한국이 이 문제와 관련된 정책의 시험대로서 주목받고 있는데도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해자를 찾아내 엄벌하는 일만으로는 반복되는 디지털성범죄를 뿌리 뽑기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라 나왔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디지털성범죄와 같은 젠더 기반 폭력의 본질은 상대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고, 할 수 있다는 인식에 있다”면서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려면 기술을 비판적,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법과 더불어 여성을 존엄한 인권을 가진 동료 시민으로 인식하고, 안전하게 관계 맺게 하는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성평등 교육을 연구하는 교사 모임 ‘아웃박스’의 김수진 교사도 “딥페이크 사태는 친구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 아니라, 같은 반 여학생과 선생님, 가족을 ‘능욕’할 목적으로 저지른 일이다. 그런데도 교실에서 성범죄를 성범죄라고 부를 수 없다”면서, “교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내 제자들이 2030년에 마주할 세상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를 대표해 영상으로 토론에 나선 배우 손수현씨는 “예술의 탈을 쓰고 일어나는 성범죄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빨래터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그림을 ‘민족의 해학’이라 칭송하고, (소설 ‘운수 좋은 날’ 등장인물) 김첨지의 폭력을 안타까움으로 둔갑시키는 순간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끝에 침을 발라 신혼부부 집 창호지를 찢던 ‘짓궂은 풍습’은 불법촬영의 시초일지 모른다”며 “현재 우리의 문화예술에 분명 도태된 구석이 있음을 인정하고 돌아보지 않으면 형태만 바뀔 뿐 같은 곳에 뿌리를 둔 폭력이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사진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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