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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그러다 장례식장서 만나요"...구급차 탔다가 결국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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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반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 갈등 속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지난 5일 JTBC는 수면제를 삼켜 의식을 잃은 환자가 병원 40군데를 돌다 끝내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사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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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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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치 수면제를 삼켜 의식이 희미한 40대 여성을 구급차에 태운 구급대원은 한 병원에 연락해 “약물중독 환자인데 수용 가능할까?”라고 묻지만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다른 병원들도 “안 된다”,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수용이 어렵다”, “환자 접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받아주지 않았다.

환자는 약물이 소화되기 전 위세척을 해야 했지만, 구급차는 출발도 하지 못했다. 구급대원이 1시간 30분 동안 병원 40곳에 연락해 읍소하듯 환자 수용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구급대원은 당시 “‘제발 받아라. 환자 좀 받아줘라’ 이런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보호자는 병원 가기를 포기했고, 구급대원은 “집으로 돌아가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다음에 만나는 곳이 장례식장일 수도 있다”며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환자는 집으로 돌아갔고 그 뒤 상태는 알 수 없었다.

이날 광주에선 오전 7시 32분께 조선대학교에서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대학생이 직선거리로 100m가량인 대학병원 응급실 대신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면서 중태에 빠졌다.

당시 조선대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다른 환자를 처치하고 있었고, 대학생 이송이 가능한지 묻는 119구급대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한 공사 현장에선 추락 사고를 당한 70대 근로자가 긴급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4시간가량 허비하다 숨을 거뒀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한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119구급대가 환자를 4차례 이상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으로,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연간 기록을 웃돌았다.

응급 의료 위기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실에 1 대 1 전담 책임관을 지정하고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곳은 보건복지부가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매주 목요일 응급실 축소 운영에 들어간 아주대병원을 포함해 운영이 제한된 응급실엔 군의관 15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5일 아주대병원에는 투입 예정이었던 군의관 3명 중 1명만 배치됐다. 이대목동병원에도 군의관 3명이 투입됐으나, 병원과 면담 후 응급실 근무에 부적합한 걸로 판단돼 다시 군부대로 복귀했다.

복지부는 국방부와 추가 협의를 통해 군의관 배치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현재 응급실 상황에 대해선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붕괴나 마비는 아니라며 “상황을 과장하거나 과도한 불안 조장에 신중을 가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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