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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썩은 양파·곰팡이 멸치…어린이집 급식 엉망, 한우는 원장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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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JTBC '사건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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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상한 식재료로 급식 조리를 지시한 뒤 "긴축재정 탓"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5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3월에 개원한 해당 어린이집은 원생 수가 40명 정도로 감소하자 집단급식소에서 일반 급식소로 바꾼 뒤 원장이 직접 식재료를 관리했다.

원장은 식재료를 자기 집으로 주문해 보관했고, 필요한 재료만 어린이집으로 가져왔다. 이에 조리사가 "식재료를 어린이집으로 배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원장은 이를 거부했고 되레 집에서 쓰던 양배추나 마늘을 어린이집으로 가져왔다.

원장은 곰팡이 핀 멸치, 썩은 양파, 시들시들한 근대, 쪼글쪼글한 감자 등을 가져와 "식재료 썩은 부분은 다듬어 사용하라"고 조리사에게 지시했다.

이에 조리사는 어쩔 수 없이 썩은 부분 등을 최대한 도려낸 뒤 아이들 급식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원장은 녹슨 감자 칼을 가져와 그걸로 깎으라고 지시하거나 급식 업체에서 받은 한우는 소분해 자기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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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엔 아이들 생일상에 상한 멜론을 올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리사가 멜론을 누르면 안쪽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상한 상태인 것을 보고 "구매한 지 2주나 됐다. 너무 오래돼서 안 된다"고 제지하자, 원장은 "괜찮다"며 상에 올리라고 다시 한번 종용했다.

다행히 조리사의 문제 제기로 멜론은 생일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원장은 멜론 외에도 무르거나 상태가 좋지 않아 값이 싼 수박이나 참외 등을 한꺼번에 산 뒤 사용할 것을 강요했다.

급식의 질뿐만 아니라 양도 문제였다. 조리사에 따르면 원장이 집에서 가져온 식재료의 양은 아이들이 먹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어느 날은 교사와 원생 등 40명 이상의 급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장은 양파 7개, 당근 3개만 가져와 조리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마저도 상한 양파였다고.

원장은 "구멍 뚫린 바구니에 보관해서 괜찮다", "채솟값이 너무 올랐다", "고기 2㎏은 너무 많다. 고기보다 채소가 많으면 안 된다", "재료를 너무 빨리 쓰는 거 아니냐" 등 발언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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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환경도 열악했다. 환기가 잘되지 않아 내부에 곰팡이가 피었고 심지어 버섯이 자라는데도 원장은 이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다. 여름철엔 전기세를 아낀다며 에어컨을 끄는 등 아이들에 대한 배려와 돌봄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조리사는 원장을 말리면서 자비로 식재료를 추가 구매하며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왔다. 결국 참다못한 조리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이 내용을 교사들에게 공유했고, 어린이집을 그만두려고도 했다.

학부모들은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시청은 원장에게 소명을 지시했다. 원장은 '사건반장'에 "어린이집 시설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식자재 부분에서 긴축재정 했다"며 "간혹 시든 건 있지만 상태가 너무 안 좋은 재료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식자재를 사놓으면 금방 소진돼 일부 식자재의 경우 소분해 집에 가져간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어린이집은 원장을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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