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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세계백신면역연합 “한국은 글로벌 백신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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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 출처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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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백신면역연합(GAVI)와 협력을 통해 백신 수출과 연구개발(R&D) 기회를 얻었다.”

5일 서울 중구에서 오픈필란트로피재단,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창업 후 숱하게 겪은 위기를 극복한 배경으로 민간 국제보건기구 GAVI와의 협력을 꼽았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창업 13년 만에 세계 유일 콜레라 백신 생산 기업으로 올라섰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콜레라 백신은 전부 유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 기업이 세계 최대 백신 구매기구인 GAVI와 손잡고 동반성장을 이룩했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는 전 세계 어린이 백신의 절반가량을 조달하는 GAVI의 사니아 니시타르 최고경영자(CEO) 방한에 맞춰 열렸다.

글로벌 저개발 국가 백신 지원 사업은 GAVI가 주축이 되어 이뤄진다. GAVI는 대규모 입찰을 진행해 개별 기업으로부터 낮은 가격에 백신을 구입한 후 저개발 국가에 배포한다. 비용은 선진국 등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00년 설립 당시 40%대였던 세계 어린이의 필수 백신 접종률을 80%대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일찍이 백신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중요성을 알아봤다. 2010년 아시아 최초로 GAVI 공여국이 됐다. 니시타르 CEO는 “한국은 글로벌 백신 공급 분야에서 ‘영웅’이자 GAVI의 핵심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올 1월 취임 후 첫 아시아 출장에서 한국을 첫 번째 방문지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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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에서 오픈필란트로피재단,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 참석한 사니아 니시타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최고경영자.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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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VI는 한국산 백신을 많이 사가고 있다. GAVI가 유바이오로직스,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한국 기업 3곳으로부터 구매하는 백신은 연간 1억 달러(약 1330억 원) 수준이다. 한국은 GAVI의 4위 조달국으로 지난해 GAVI가 구매한 백신의 11%(약 8800만 도스)가 한국산이었다.

창업 초기부터 GAVI와 긴밀하게 협력한 유바이오로직스는 한국과 GAVI의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0년 국제백신연구소(IVI)로부터 콜레라 백신 기술 이전을 받았다. 이후 자금난에 시달렸지만 2013년 GAVI와 협력하는 게이츠재단의 지지에 힘입어 첫 투자를 유치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2017년에는 기존 제품보다 무게를 90%, 부피를 30% 줄인 개량 콜레라 백신을 내놓으며 경쟁자들을 제쳤다.

GAVI는 한국 기업과 협력 분야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로 유명한 SD바이오센서는 저개발 국가에서 수요가 높은 말라리아, 결핵,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에 대한 진단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효근 SD바이오센서 대표이사는 “GAVI의 파트너인 세계보건기구(WHO), 게이츠재단 등과 협력을 통해 미래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응할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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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에서 오픈필란트로피재단,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 참석한 이효근 SD바이오센서 대표이사(왼쪽 두번째), 사니아 니시타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최고경영자(왼쪽 네번째),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왼쪽 일곱번째).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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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VI는 2026년~2030년 6차 5개년 프로그램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번 목표는 5년간 어린이 5억 명에게 예방 접종을 지원해 800만 명 이상을 예방 가능한 사망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해 각국의 보건 시스템 강화 또한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니시타르 CEO는 “한국은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한 모범 사례”라며 “특정 국가와 일대일 원조가 아닌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원조는 생소할 수 있지만, 개별 기업에 보다 큰 규모의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 ODA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보인다”며 민간과 범정부 차원의 관심을 당부했다. 현재 한국은 GAVI의 14위 공여국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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