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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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시스템 구축 미비로 시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병원이 참여해야하는데 설령 참여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불이익이 없어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참여하는 병원의 숫자는 전체 해당 병원 4000여개 중 4%대에 불과해 200개가 되지 않는다. 별도의 전산 시스템 구축 능력이 있는 상급종합병원 47곳은 100%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동네 병원의 참여가 저조하다.
법령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부터 병상 30개 이상 병원은 소비자가 요청하면 보험회사로 청구 서류를 전자적으로 전송해야 한다. 전산 청구가 가능한 서류는 계산서·영수증,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이다.
요양기관(병·의원·약국)에서 보험회사로 서류가 넘어갈 때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이 코드화된 서류를 받아 보험사로 보내는 방식이다. 병원에서 보험개발원으로 서류를 넘기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전자의무기록(EMR) 업체가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병원에 설치해야 하는데 현재 EMR 업체의 참여가 낮다. 현재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전체 55곳 중 10여개에 불과하다. 병원마다 거래하는 EMR업체가 달라 참여를 원하는 EMR업체가 다른 병원에 시스템을 개발하고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부 EMR업체는 개발비와 시스템 설치 비용 외에도 별도 유지·보수비와 청구 건당 일정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은 국민 약 4000만명이 가입하고 1년에 청구가 1억건이 넘어 건당 수수료 지금에 보험사들은 부정적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보험사들이 부담한다.
일부 병원의 참여 의지가 크지도 않다. 병원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데다 금전적인 이득이 크지 않아 EMR업체가 굳이 시스템 구축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병원 역시 참여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불이익이 없어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구축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전송대행기관 선정은 올 2월에 이뤄졌다. 기관 선정을 놓고 의료업계 반대 등으로 인해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관 선정 후 시행까지 8여개월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시스템 구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담당하는 보험개발원은 참여 병원과 EMR 업체 모집 공고를 네 번째로 냈다. 보험개발원은 EMR업체 참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참여가 저조하더라도 그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초부터 시범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의료업계 등의 반대로 14년 만인 지난해 국회를 겨우 통과했다. '실손24'(가칭) 앱이나 사이트를 통해 보험 가입자가 청구하고 싶은 진료 건을 선택한 후, 요양기관에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보내달라 요청만 하면 된다. 일일이 병원에 가서 증빙 서류를 떼어 보험사에 보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져 보험금 청구에 소극적이었던 소비자도 손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내년 10월25일부터는 동네 의원과 약국도 시행 대상이 되지만 지금처럼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실효성은 떨어진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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