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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배터리 장비 원조' 엠플러스 "전고체 시장 선점…고객사 다변화에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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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엠플러스 대표 인터뷰

"안전성 이슈로 전고체 장비 문의 폭증"

파우치·각형·파우치형 전문가 모여

특정 기업 의존도 크게 낮추고도 매출 유지

"캐즘 일시적…중장기적 우상향할 것"

아시아경제

김종성 엠플러스 대표


지난 2일 오후 충북 청주 흥덕구 옥산면에 있는 엠플러스 2공장에 들어서자 작업자들이 고객사에 납품할 장비를 생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2월 수주한 전고체 배터리 조립 장비였다. 이 장비는 곧 완성돼 글로벌 고객사에 납품될 예정이다.

이날 만난 김종성 엠플러스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 장비는 글로벌 기업 1곳과 파일럿 라인에 공급하기로 수주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며 "이외에도 미국 기업 1곳, 국내 1곳, 기타 해외 기업 2곳과 파일럿 프로젝트 공급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전환해 안전성을 높이고 에너지밀도를 높인 차세대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1000㎞ 이상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소재가 달라진 만큼 기존과는 다른 제조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술적으로 어려워 현재까지 이를 상용화한 곳은 없다. 2027년 이후 프리미엄 전기차부터 적용해 점차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기차 화재 이슈로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을 받으며 엠플러스는 갑자기 바빠졌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힘들어할 정도로 제품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사내에 드라이룸 설비 등 전고체 배터리를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파일럿 장비부터 공급을 시작해 경험과 기술력을 쌓는다면 앞으로 개화할 전고체 배터리 제조 장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엠플러스는 삼성SDI 전지생산기술파트장이었던 김 대표가 2003년 세운 회사다. 설립 초기에는 PDP 제조 장비를 생산했으나 곧 PDP 시장이 쇠퇴하면서 곧바로 전문 분야인 배터리 장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배터리 시장이 크지 않아 장비를 만들어도 판로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중 2008년 지인의 소개로 미국 배터리 기업 A123와 조립 장비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2010년대 이후로는 SK이노베이션(현 SK온)을 시작으로 삼성SDI, 현대차,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등 자동차용 이차전지 조립 장비를 수주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경제

엠플러스 청주 공장 내부 모습. 사진제공=엠플러스


엠플러스의 최대 강점은 전문성이다. 김 대표 본인이 1990년대 중반부터 삼성SDI에서 배터리 장비 국산화를 주도했다. 파우치형 배터리 장비가 주분야다. 이 회사 기술본부장(CTO)인 박준용 전무는 삼성SDI 생산기술센터에서 각형 파트장을, 구매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형진 전무는 원통형 파트장을 지냈다.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배터리의 모든 폼팩터 전문가가 한 회사에 모인 것이다. 김 대표가 어느 자리에 가서든 자신있게 '배터리 장비 원조'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엠플러스의 전문성은 말이 아닌 숫자로 입증되고 있다. 엠플러스의 장비는 전 세계에 걸쳐 80개의 제조라인에서 가동중이다. 현재 운영중인 장비의 종합설비효율(OEE·Overall Equipment Effectiveness)은 85~90%를 나타내고 있다. 김 대표는 "통상 고객사는 80% 이상의 효율을 요구하고 있으며 85% 이상이면 세계 톱 클래스로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엠플러스는 그동안 특정 고객사(SK온), 특정 폼팩터(파우치형)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지속해서 신규 고객사를 발굴한 결과 2022년 국내 특정 기업에 70% 이상이던 수주 의존 비중이 2023년 4%로 크게 축소되면서도 전체 수주 규모는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일본계 중국 배터리 기업인 엔비전AESC, 배터리 스타트업인 아워넥스트에너지(ONE)를 추가로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 대표는 "비밀유지협약(NDA)으로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이외에 유럽, 미국, 아시아 등 5~6개의 신규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폼팩터별로 올해부터 각형과 파우치형 장비 비율이 8대2로 각형 배터리 장비의 비중이 크게 앞설 전망이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장비 이외에 리튬 메탈 배터리 조립 장비도 김 대표가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이다. 김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를 하기 위해서는 음극 소재로 리튬 메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제적으로 리튬 메탈 배터리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엠플러스의 숨은 무기는 수소연료전지 장비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글로벌 자동차중 한 곳에 연료전지 조립 장비를 납품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개발(R&D)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료전지 기술은 그린수소 발전 시스템에도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 자율이동로봇(AMR)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과 공정자동화 로봇 기술도 개발중이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엠플러스 역시 올해 당초 기대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04억원 영업이익은 1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당초 매출 목표는 2220억원, 영업이익 185억원이다. 작년엔 3400억원의 매출과 2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었다. 올해 2분기 현재 엠플러스의 수주 잔고는 284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의 캐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배터리 셀 기업이나 소재 업체들은 현재 실적 정체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대비해 제조 장비 구입을 지속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수주 규모도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자신했다.김 대표는 "배터리 제조와 관련한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시장에 자리매김할 계획"이라며 "2030년까지 매출 1조원,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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