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변수는 세계 경제가 직면할 불확실성이다. 페섹은 트럼프 2.0 행정부의 미 달러 가치 인하,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 약화 정책이 큰 충격파를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페섹은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에서 글로벌 경제에 관한 통찰력 있는 칼럼을 쓰면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2006년 “세계 경제는 앞으로 G2(주요 2개국)가 주도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양강구도를 한 단어로 정리하기도 했다. 그의 입에서 “시간은 한국의 편이 아니다”란 말이 나왔다.
트럼프 재집권이 한국 경제에 리스크가 된다는 관측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 가치 동맹에서 가치를 빼고 비즈니스 관계만 중시한 트럼프 1.0 행정부는 전통적 우방들에조차 적잖은 고충을 안겼다. 2기라고 달라질 까닭이 없다. 특히 트럼프는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대인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인다.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판국이다.
우리에겐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로 불어나고 있다는 부담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1% 증가한 287억 달러다. 이 추세라면 연간 무역수지는 500억 달러대에 달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44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설 개연성이 크다. “우리 동맹이라 불리는 국가들이 우리를 이용해 왔다”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무역 압박의 빌미로 삼지 않는다면 그것이 외려 이상할 판국이다.
미 대선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안갯속 상황이다. 미국은 최다득표자가 아니라 주별로 차등 배정된 선거인단(총 538명)의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승리한다. 트럼프와 대항마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부를 가를 7대 경합주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해리스가 승리한다 해도 안심할 순 없다.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이어받는다 해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해리스는 최근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일본제철이 미 철강회사 US스틸을 인수하는 데 반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조치도 배제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결이 다를 뿐이다.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인상할 것이란 공약의 파장도 주의해야 한다. 미 시장경제를 옥죄고 우리 기업에 부수적 피해를 안길 공산이 없지 않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미 대선발 통상질서 재편은 막중한 도전과제일 수밖에 없지만 국익을 지키는 거시적 전략으로 임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페섹과 같은 관측통들의 우려와 달리, 시간은 한국의 편이 될 수도 있다. 면밀한 대비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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