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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MT시평]'섭테크',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수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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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섭테크(SupTech)는 슈퍼바이저리 테크놀로지(Supervisory Technology)의 약자로 통상 금융감독(Supervision)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Technology)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을 말한다.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금융감독의 질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섭테크 활용이 필수가 됐다. 금융시스템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유지함에 있어 기존 아날로그 금융감독 방식으로는 적시에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국 금융감독기구는 섭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를 조기에 포착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증권회사와 운용사의 위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적발한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공공데이터, 민원기록, 판매자의 과거 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섭테크 플랫폼을 통해 금융회사가 제출하는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를 자동화해 실시간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머신러닝과 자연어처리를 통해 비정형 및 세분화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리스크 상관관계를 파악해 실시간 경고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섭테크 솔루션으로 실시간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 역시 은행의 건전성 검증을 위해 올해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이를 위해 공시서류와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비공개정보를 기계학습을 통해 앞으로 중소금융기관의 경우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섭테크는 컴플라이언스 보고와 신고업무에도 적극 활용하는데 영국 FCA와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금융회사의 각종 보고와 신고 등을 자동화하는 디지털규제보고플랫폼(Digital Regulatory Reporting)을 구축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금융감독원이 금융감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사모펀드 심사와 보험 TM(텔레마케팅) 불완전판매 식별, 인터넷 불법금융광고 감시 등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했다. 심사·감시 등의 업무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민원이 많은 분야에서 활용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금융감독업무를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우리 감독기관의 섭테크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선도국가와 비교해 늦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도하는 상황도 아니다. 섭테크 활용에는 인공지능 이용에 따른 데이터 품질, 알고리즘 편향, 보안,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문제들이 따르지만 감독업무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섭테크 고도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효율성 증대와 위험감지능력 향상, 감독의 정확성·투명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규제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섭테크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안전하고 투명한 금융환경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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