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주담대 1위 삼성생명 먼저 대출 제한
상호금융업계 "수익성 낮은 단위 조합 주담대 반길 것"
2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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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다방면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 수요가 보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이동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3일부터 유주택자에게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을 제한했다. 일부 은행이 허용하고 있는 유주택자의 '갈아타기'용 대출은 물론 거치형 대출도 막았다. 실수요자 외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 수요 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달부터 강화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시중은행들이 대출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보험사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의가 이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풍선효과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2금융권을 대상으로 대출 상황 모니터링을 하루 단위로 진행하기로 했고, 이에 삼성생명이 가장 빠르게 보조를 맞춘 것이다. 삼성생명은 전체 보험사 주담대 잔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업권 전체 주담대 잔액은 약 53조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5대 시중은행(약 556조 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그간 주담대 비중이 크지 않았던 데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생명이 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보험업권에서 주담대는 받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 삼성화재 등 다른 보험사는 "아직 대출 축소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출 수요가 계속 몰릴 경우 문턱을 높이는 데 동참할 가능성이 적잖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출잔액 모니터링 중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삼성생명 방향을 따라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와 신협,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은행에 비해 대출 만기가 길고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커 은행권에서 거절당한 수요자의 차선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은행과 비교해 높았던 금리 조건도 최근 격차를 좁히면서 대출 수요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기준 신협 등은 연 4~5% 금리의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다. 일부 지역 신협과 새마을금고에서는 최저 연 3.5% 금리로 주담대 특판을 내놓기도 했다.
상호금융권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창구 문의가 소폭 늘어나긴 했다지만, 실제 대출 실행으로 이어진 건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상호금융으로의 대출 풍선효과가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한 단위조합에서는 주담대 수요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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