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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조각투자업계 "토큰증권 개정안, 속도보다는 방향성 더 중요해"…당국 "법제화 기반으로 제도 신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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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큰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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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 법제화도 좋지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회사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이런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이 더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큰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입법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입법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발표를 맡은 허 대표는 "스타트업들은 모험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면서 "미친 시도를 하는 회사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법안을 논의)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큰증권의 합법화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 법제화 작업이 임박했다. 연내를 목표로 국회가 발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일단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부족한 점은 채워 넣자는 입장이다.

이날 토큰증권 세미나는 김재섭 국민의힘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법안 발의 전 업계 의견을 듣고, 법안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다.

김완성 코스콤 미래사업TF부 부서장은 발표에서 "최근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조직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면서 "주요 금융기관들이 플랫폼을 구축중이고 있지만, 법안이 나오고 다시재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토큰증권 TF조직을 세웠지만 다시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특성상 매매가 빈번하지 않아 발행과 유통 사업 중 어느 쪽에 집중해야 할 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어 김 부서장은 "토큰증권 시장 개설시 표준 기술이 필요한데, 세부 기준이 부재해 유통 플랫폼 개발도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플랫폼을 준비하는 회사들의 공통된 고충이다"고 덧붙였다.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부서장은 "토큰증권 시장이 중앙집중력으로 가게될 경우, 한국은 갈라파고스가 될 확률이 높다"며 "분산원장에 대한 조건이 너무 엄격하면, 혁신적인 금융 회사들이 들어올 여지가 없어진다. 이미 벌어져있는 글로법 차이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한 제한적 접근 허용이 필요하며, 증권신고서 통과 기준 완화 등 디지털자산 모두를 아우르는 제도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앞서 21대 국회에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과 큰 틀에서 큰 차이는 없다. 기존 발의됐던 법안 여야간 이견 없었고, 여기서 또 새로운 내용 추가하면 더 늦춰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시 뮤직카우, 펀블, 카사 등 신탁수익증권 발행사들 더 이상 혁신금융을 신청하지 않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신탁수익증권 발행을 원하는 더 다양한 회사들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 분리다. 즉, 금융당국의 토큰증권 발행·유통 주체 분리 원칙에 따라 발행과 유통은 각기 다른 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증권사도 발행사와 협업해 자체 유통 플랫폼 개발 및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은 컨소시엄을 만들어 통합 유통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는 아직 갈길이 멀었다고 진단한다. 유통과 발행이 분리된다면 조각투자 시장에 첫 발을 디뎠던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적으로 위축된다는 입장이다. 한 조각투자관계 관계자는 “현재 토큰증권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기반으로 산업 기반이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사업성이나 혁신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법 개정은 결국 초기 시장에 기여해온 업체들을 고사시키고 제도권 금융사들만 살아남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법안과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동안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가 적었다는 점이 아쉽다. 대형 유통업을 활발히 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들만 이번 법안 통과의 수혜를 받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조각투자 업계뿐 아니라 핀테크 기술 업계 역시 법안 내용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필요한 제도를 추후 구축해 나가는 방향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면서도 “다만 법안이 계류됐던 지난 2년 사이 조각투자 현황이 많이 바뀌었는데, 분산원장 기술 적용 방식 등도 새롭게 반영돼야 제도와 기술 사이 괴리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을 놓고 업계와 금융당국 사이의 입장 차이 역시 있다. 업계는 개정안 조항에 따라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요건만 충족이 된다면 발행사 역시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장부를 직접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전자증권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기존 주식처럼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계좌를 통해 고객의 자금과 정보고 관리되고 있다.

다만 당국은 개정안을 기반으로 제도는 다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안 통과도 몇 년이 걸리는데, 제도와 관련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술품도 효력 발생하는 데 1년이 걸렸다. 시행령에 맞춰서 제도 정비, 강화 등이 더 필요해 장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술품, 한우 등 도산절연 문제로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된 회사 입장에서는 큰 이득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된 실물자산의 경우 민법상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해선 매번 공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거래소의 신종증권 유통 플랫폼 사업을 연내 진행키로 했지만, 이 때문에 투자계약증권은 따로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

이지은 금융변호사회장은 "유통성과 관련해 지명채권 양도 방식을 계속 취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거래 방식의 큰 틀에서 '민법도 개정해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입법 난제가 있다"면서 "미술품 유통에서는 기초자산의 가치평가에 대해 공신력을 어떻게 부여할지도 챙겨봐야 한다"라며 "객관적인 감정가와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대해 제도적으로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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