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격돌 최전선 된 사비나암초 충돌 영향
지난달 31일 남중국해 사비나 암초(중국명 셴빈자오)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왼쪽)이 필리핀 해경선 옆구리를 고의로 들이받는 모습.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필리핀 해경이 공개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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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인근 해상에서 발견되는 중국 선박 수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함선의 활동 반경이 더 넓어지고 그간 분쟁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필리핀 인근 바다마저 ‘갈등의 화약고’로 떠오르자 필리핀 어민 생활고가 한층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4일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해군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일주일 동안 남중국해상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중국 선박 203척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한 주 전(163척)보다 약 25% 늘어난 것으로,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중국 준(準)군사조직인 해상 민병대 선박이 165척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24척)과 인민해방군 해군 군함(12척), 연구선(2척)도 발견됐다. 이 기간 가장 많은 중국 선박이 발견된 지역은 스플래틀리군도 사비나암초(중국명 난사군도 셴빈자오·71척)였다.
사비나암초는 중국과 필리핀 간 최대 분쟁 해역인 스플래틀리군도 세컨드 토머스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에서 필리핀 본토 쪽으로 약 50㎞ 떨어진 곳이다. 세컨드 토머스암초 인근에 주둔한 필리핀 병력에 물자를 보급하는 선박들이 집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필리핀이 약 75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6일 남중국해 사비나 암초(중국명 셴빈자오)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원들이 중국 함선이 있는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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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상대적으로 분쟁 빈도가 적었지만, 지난달 19일 중국과 필리핀이 처음으로 물리적으로 부딪힌 이후 같은 달 31일까지 2주간 이곳에서만 네 차례나 충돌하면서 새로운 양국 격돌 최전선이 됐다.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필리핀 해군 남중국해 대변인은 “최근 몇 주 동안 사비나암초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진 까닭에 중국 선박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남중국해 티투섬(52척), 이로쿼이암초(36척), 세컨드 토머스암초(26척)에서도 중국 선박이 발견됐다.
필리핀 본토와 가까운 사비나암초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의 새 중심지가 되면서 현지 필리핀 어민들의 조업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는 3일 “중국 선박 활동 범위가 필리핀 해안에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어민들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중국 해경과 민병대 선박이 사비나암초 인근 해상에서 어업에 나선 (필리핀) 나무 보트를 둘러싸고 괴롭히거나 내쫓아 하루 어획량이 평소 50㎏에서 20㎏으로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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