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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네타냐후가 대규모 시위에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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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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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총파업이 벌어졌으며 70만명이 동참한 대규모 시위가 열려 정부를 규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이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를 바꾸긴 어려우리란 분석이 이어진다. 극우의 지지를 등에 업는 한 정권은 흔들리지 않으며, ‘외부의 적’으로 분노의 방향을 틀기가 쉽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 국민들의 저항이 네타냐후 총리를 협상 타결 쪽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서 가자지구·이집트 접경 지역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할 수 없다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협상 타결의 최대 장애물로 꼽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끝내 이를 포기할 가능성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대규모 시위, 지지층 이탈은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버틸 수 있는 이유로는 우선 이번 시위와 총파업이 그의 ‘텃밭’인 극우 지지층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오츠마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와 시오니즘당 등 극우 정당과 연합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인질 사망 사건을 계기로 연립정부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밖에 없다. 오히려 시오니즘당을 이끄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하는 것이 ‘항복 합의’라며 맞섰다.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로 나오긴 했으나 이를 극우 지지층의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 시위대는 지난해 정부의 사법개편 반대 시위에도 동참했던 자유주의 성향이 대부분이다. 이스라엘 최대 노동단체가 파업을 선포했지만 예루살렘을 비롯한 보수적인 도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원도 정부의 총파업 철회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파업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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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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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로선 시위대를 무시해도 정치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NYT는 짚었다. 오히려 극우가 보기엔 저항이 일어나면 날수록 그를 고평가하게 될 공산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일했던 정치 분석가 나다브 스트로흘러는 “극우는 네타냐후가 악의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지지자들은 파업을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대한) 포상으로 본다”고 NYT에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 개인의 정치적 생존도 그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만약 그가 입장을 누그러뜨린다면 더는 극우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 극우 연정의 핵심 스모트리히 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에 동의하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에 불과한 것을 봤을 때 네타냐후 총리는 직을 유지할 수 없다.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그는 기존에 문제가 됐던 부패 혐의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 루벤 하잔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벤그비르, 스모트리히와의 정치적 생존은 네타냐후에게 전쟁을 끝내고 인질을 데려오는 안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AP에 밝혔다.

별 타격 없는 시위…‘내부 단결’이 최우선?


이번 시위 규모가 전쟁 이래 최대 규모이긴 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여론 압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늘 이어지는 ‘상수’였단 점도 한계다. AP는 “전쟁 이후 매주 인질들과 연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이란이나 헤즈볼라와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시위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은 내부 분열을 봉합하고 ‘외부의 적’에 단결해야 한다는 호소가 먹히기 쉽다.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는 지난해 사법개편 반대 시위가 초래했던 사회 불안정이 하마스 등 적들의 눈에 이스라엘을 약하게 보이게 했고, 결국 기습으로 이어졌다는 정서도 존재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러한 두려움이 시위에 대한 지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일 연설에서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내부 통합이다. 우리는 잔인한 적에 맞서 하나가 돼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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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 촉구 시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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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비등해, 지난 2일 이스라엘 싱크탱크 유대인정책연구소(JPPI)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스라엘인 49%는 ‘인질 협상을 희생하더라도 필라델피 회랑 통제권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다. ‘인질 협상을 위해 필라델피 회랑 통제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답은 43%였다.

하잔 교수는 “사회 전반에 걸쳐 지속해서 대규모 저항이 일어나지 않는 한, 태도를 바꿀 만큼의 압박을 네타냐후에게 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캠프 출신 전략전문가 로니 리몬도 “정권을 뒤엎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정권 내부의 분열이지 외부의 압력이 아니다”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한편 미 법무부는 이날 야히야 신와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하마스 지도부 6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해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납치한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한 책임자들이다. 이날 기소된 6명 중 이스마일 하니야 전 정치지도자를 비롯한 3명은 사망했거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중재국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최종 협상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안이 이번 주 중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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