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물가 인상률 반영 불가…다른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형평성 등 고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금남로에서 곤봉으로 학생을 내리치는 공수부대원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정부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해직된 기자 등에게 17년 전 물가를 기준으로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신군부의 탄압으로 '펜'을 뺏겼던 언론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5·18 관련 해직 언론인 생활지원금을 산정할때 2007년 제정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 시행령에 있는 생활지원금 지급 기준표(이하 지급 기준표)를 기준으로 하라는 지침을 최근 광주시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에 전달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 보상법)이 2022년 개정됨에 따라 당시 신군부의 언론 통제에 반발했다가 해직된 언론인 등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보상 조치로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길이 열렸는데, 17년 전 물가를 기준으로 지급액을 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제 해직된 언론인으로 구성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80년해언협)는 "17년 전 기준표를 기계적·편의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상식에 어긋난다"며 "물가 상승을 충실히 반영한 현실적인 기준표를 새로 만들어서 해직 기자 보상 기준으로 적용해 달라"는 의견을 당국에 전했다.
44돌 맞은 5·18 |
지급 기준표에 따르면 생활지원금은 해직 기간에 따라 24단계로 구분된다. 2년 미만이면 가장 적은 293만4천원, 24년 이상이면 가장 많은 5천만원이다. 80년해언협은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신청자 176명 중 90% 이상의 수령액이 1인당 1천만원 선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정부는 다른 민주화 운동 관련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5·18 관련 해직 언론인에게만 물가 인상률을 반영할 수 없다고 80년해언협에 회신했다.
민주화보상법이나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항쟁보상법) 등에 따라 앞서 보상받은 이들도 2007년 지급 기준표를 적용했으니 5·18 관련 해직자에게도 마찬가지로 하겠다는 것이다.
임란희 행정안전부 민주화운동보상지원과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법에 따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이미 인정받은 이들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한쪽만의 사정을 감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연숙 80년해언협 공동대표는 "국가 폭력을 44년 만에 보상하겠다면서 17년 전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폭력적으로 해직시킨 것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합당한 배상·보상을 원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불탄 광주MBC 사옥(1980.5.21) |
그는 다른 민주화 운동 관련자들도 물가 인상률을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전하며 "차제에 (기준을) 고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공동대표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하지 않고 현재 기준표대로 지급하면 우리는 수령을 보이콧(거부)할 생각"이라며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덧붙였다.
80년해언협은 1980년 5월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알리고자 검열을 거부하거나 제작 거부에 동참했다는 등의 이유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그해 8월 강제 해직된 언론인 모임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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