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밤잠도 설치는데, 딥페이크라며 킬킬”…학교도, 친구도 믿을 수 없다는 아이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진보당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경찰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A양은 학교 현장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주부터 밤잠을 여러번 설쳤다고 말했다. A양의 학교는 피해 추정 학교 명단에 오르지 않았지만 자신의 사진도 어디선가 딥페이크 범죄에 이용되고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A양은 2일 “나도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운데 어떤 애들은 아직도 그냥 장난처럼 여기고 있다”며 “학교나 학원에서 일부 애들이 ‘그냥 합성인데 뭐가 문제냐’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거나 딥페이크 관련 뉴스를 보면서 키득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B양도 친구들과 불안을 공유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B양은 “걱정된다고 하니 부모님이 일단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짜인지는 모르겠다”며 “주변을 계속 의심해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확산에 대한 충격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지만 학교나 학원 현장에선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람뿐 아니라 소지·감상한 사람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여전히 일부 학생과 네티즌들은 딥페이크 범죄를 ‘가벼운 일’로 치부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딥페이크 정의가 뭐냐. 연필로 캔버스에 초상화 그리면 그것도 딥페이크냐”라며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비판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실태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서울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가 이날 공개한 ‘2023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 및 매뉴얼 개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디지털 성폭력을 저질러 상담 기관에 의뢰된 10대 남성 30명 중 59%는 가해 동기로 ‘호기심’을 꼽았다. 이어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52%), ‘재미나 장난’(41%)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런 현상은 타인을 인격이나 감정이 없는 물건처럼 치부하고 성적 쾌락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성적대상화’를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웅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은 사회 전반에 만연하던 여성 혐오와 성상품화가 디지털 공간으로 자리만 옮겨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정부가 학교 내 성교육 예산을 전부 절감하면서 학생들이 포괄적 성교육을 못 받게 된 문제가 방치돼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지양하려면 어린 나이부터 현실 디지털 환경에 맞는 성교육과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김 사무국장은 “초등학교 6학년만 돼도 아프리카TV 같은 곳에서 나오는 성상품화 방송에 노출돼 있는 상태”라며 “폭력과 장난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루 속히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3년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이버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나이대가 중학생이 가장 많았다”며 “스마트폰 이용이 급증하는 시기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디지털 환경에서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교육이 되지 않으면 중학교 때부터 교육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해병대원 순직 사건, 누가 뒤집었나? 결정적 순간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