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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연일 ‘계엄령 의혹’ 불 지피는 민주당…대통령실 “탄핵 빌드업 과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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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 부각

윤석열 정부 ‘불통 이미지’ 강조 시도

“강성 지지층 주장 무비판 수용” 지적도

경향신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청 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정기국회 개회식 사전 환담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모두발언에 박수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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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은 근거를 제시하라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요구에 “제보를 듣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선의 문제와 현 정권의 ‘비상식’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와 커뮤니티에서 강성 지지층이 거론하던 ‘계엄 시나리오’를 무리하게 수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탄핵에 대한 빌드업(사전 준비) 과정인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천준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실제로 계엄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준비됐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지 않았나”라며 “지금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선 그런 고민과 계획, 기획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에 작성된 계엄령 문건을 거론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하는 등 여권이 근거 제시를 요구하며 압박하자, 민주당은 ‘제보’가 있다고 맞서는 중이다. 천 위원장은 “제보를 듣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SBS라디오에서 “관련된 정황이 제보되고 있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엔 우선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 총괄특보단장인 안규백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고,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와 각 군 정보부대 라인업이 충암고 선후배로 모두 짜여 있다”며 “현행법으론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가 계엄을 실행, 기획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이라며 “(계엄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식’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죽하면 국민이 계엄령을 걱정하겠는가”라며 “주술적 비상식이 루틴인 정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비상식적 사고와 현실 부정, 격노, 고립으로 나타나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이상심리 상태에 대한 국민의 관찰과 진단, 극단 상황 예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혹을 해소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이 실제로 계엄에 대해 의심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계엄이 대한민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설사 생기더라도 민주당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하며 근거를 내놓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도는 추측을 국회로 가져와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 지지층의 입김에 당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김 후보자와 관련해 계엄 시나리오가 제기된 것은 이미 수년 전이다. 김 후보자가 대통령실 경호처장으로 근무를 시작한 2022년 5월부터 강성 친명 지지층에서 계엄 시나리오가 퍼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계엄 준비 관련 근거가 제시된 바는 없다. 때문에 당 최고위원들은 물론 이 대표까지 나서서 수년째 세간에서 떠도는 소문을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증폭시키며 여론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계엄은 확실한 증거 없이 말할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민주당을 향해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계엄 괴담을 양산한다는 대통령실의 성명도 외면한 채 또다시 괴담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이재명)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노림수는 도대체 무엇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며 “혹시 탄핵에 대한 빌드업(사전 준비) 과정인가. 근거가 없다면 괴담 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계엄령 의혹의 근거를 차차 제시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하며 “너무 무책임한 얘기다. 내 귓속에 도청장치 있다는 이런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거짓말이면 이건 국기문란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거대한 프레임 빌드업이라 생각한다”며 “이미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 야당 의원들에 대한 유죄판결 나오기 시작하자 (윤석열 정부가) 의원들 잡아가는 거라고 거짓 프레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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