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 메인 화면. 카페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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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히자 가해자들이 수사 대처법 등을 공유하는 카페가 개설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카페에선 과거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며 수사 기관에서 이번에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할 것이란 조롱도 나오는 상황이다.
2일 현재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 카페에는 딥페이크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2011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정보 공유 목적으로 개설된 해당 카페는 지난달 28일 딥페이크 대책본부란 이름으로 카페명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개설자는 성범죄·마약 사건 등을 주로 담당하는 한 법무법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 가입자들은 게시판에 딥페이크 가해자로서 받은 경찰 수사 경험담을 주고 받거나, 추후 받게 될 경찰 수사 절차에 대한 문의를 남기기도 했다. “15세 미만인데도 경찰 수사 대상이냐”, “텔레그램방에서 단순 관람만 했는데 처벌 대상이 되냐” 등 처벌 여부에 대해 물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해자의 부모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리 아이 휴대폰에서 딥페이크 정황을 발견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처 방안을 묻는 글도 있었다.
이처럼 대부분은 경찰 수사에 마음을 졸이는 모습이지만 “처벌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글도 눈에 띤다. 카페 운영진은 4년 전 ‘박사방 사건’을 언급하며 “주범을 제외한 채팅방 참여자 대부분은 처벌받지 않았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글을 쓰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걱정어린 문의 글에는 “미성년자의 경우 처벌 대상이 아니니 학교폭력으로 신고 당해 생활기록부에만 남지 않으면 상관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자녀의 휴대전화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가담 정황을 확인했을 경우 당장 탈퇴시키라며 조언을 하는 글도 있었다.
해당 카페가 딥페이크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수사 대응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운영진은 이날 오후 “학폭딥페이크 대책본부는 불법 게시글에 대해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추가로 올렸다. ▶불법 음란사이트 우회 접속 방법 ▶수사 진행상황 정보 ▶증거인멸 방법 등 모의 ▶범죄 미화 등을 금지글로 지정하면서다.
해당 카페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의 대처법을 공유하는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피의자가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안 좋게 보일 만한 부분이 분명 있다”며 “수사기관이 못 잡을 것이라는 등의 일부 발언은 많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앞으로 카페 글을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라며 “다만 ‘문제 소지가 있는 텔레그램방에서 나와야 한다’는 글은 범죄 은폐 시도가 아니라 새로운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해명했다.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 카페가 2일 오후 게시한 공지글. 사진 해당 카페 갭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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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30일 김종문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주재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대책회의’에서 제작·유포자는 물론 허위영상물을 소지·구입·시청하는 행위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또 딥페이크물 제작과 유통에 대한 처벌 기준을 상향하는 성폭력처벌특례법 등 법률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의 신속한 삭제를 위해 딥페이크 제작물 탐지 기술을 추가 상용화하고 정보통신사업자의 책임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사건의 심각성이 불거진 만큼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망이 촘촘해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이승혜 성범죄전문변호사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메신저를 사용할 경우 수사 기관이 가해자를 특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 다크웹에서 벌어진 사이버 성범죄 가담자들도 국제 공조를 통해 검거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가 온라인 불법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수사 기관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텔레그램 역시도 국제 공조 방향에 따라 언제든지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혁신처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박찬성 변호사는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의 특성에 기대 디지털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 혹은 수사를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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