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네타냐후가 인질 죽였다” 이스라엘, 70만명 항의시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4.07.23. 텔아비브(이스라엘)=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타냐후가 인질을 죽였다. 당장 석방 협상에 착수하라.”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발견되자 1일 밤 예루살렘(수도)과 텔아비브(경제 중심지)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전역에서 약 70만 명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남아있는 인질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하마스와 즉각 휴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위대 규모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최대라고 AP통신 등이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을 살해한 자들은 휴전 협상을 원하지 않는 자들”이라며 인질 사망과 휴전 협상 결렬의 책임을 하마스에 돌렸다. 특히 그는 야흐야 신와르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등 하마스 수뇌부를 잡을 때까지 “(전쟁을) 쉬지 않겠다”며 휴전론을 일축했다.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인질 사망은 우리의 도덕적 수치”라며 총리에게 반기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계속될 경우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이 무너질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 시민 70만 명 “인질 사망은 네타냐후 탓”

이스라엘 전역에서 벌어진 이번 시위에서 시위대는 인질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 국기,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라(Bring them home now)’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특히 상당수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의 애칭 ‘비비(Bibi)’를 거론하며 “(하마스가 아닌) 비비가 인질을 죽였다” “비비가 하는 모든 일은 그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예루살렘 시위대 중 일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집무실 앞에 집결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예루살렘 주민은 BBC에 “오늘 밤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더 이상 집에 있지 않고 시위에 계속 참여할 뜻을 밝혔다.

경찰과 시위대의 유혈 충돌도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가 텔아비브 도심을 관통하는 아얄론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경찰은 물대포와 섬광탄을 쏘며 진압했다. 시위대도 나뭇더미에 불을 붙이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경찰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40여 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현지 최대 노동단체 ‘히스타드루트’는 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아르논 바르다비드 대표는 “우리는 ‘시신’ 대신 ‘휴전 협상’을 원한다. 당장 협상에 착수하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가디언은 6명의 인질이 희생되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와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민심에 불이 붙었다고 진단했다. 텔레그래프 또한 전례 없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중동전쟁 판세와 네타냐후 총리의 거취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갈란트 국방 “인질 사망은 우리의 수치”

네타냐후 내각에서도 총리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갈란트 장관은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에 있는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기로 한 기존 결정을 번복하고 하마스와 휴전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는 의제는 양측이 대립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갈란트 장관은 같은 날 내각 회의에서 “인질 사망이 계속되는데도 우리의 목표(필라델피 통로 내 군 주둔)를 고집하는 것은 도덕적 수치”라고 말했다. 군부의 주요 인사 또한 갈란트 장관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전쟁 발발 당일 약 1200명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들 117명은 석방 등을 통해 생환했지만 37명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재는 97명(생존자 64명, 사망자 33명)이 아직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