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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마켓人] 김준환 신한금융 파트장 "AI 핵심은 효율화…안 하면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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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콜센터·뱅커·도우미 등 개발…"사람은 고차원적 판단, 상담에 집중"

현장 의견 듣고 배우는 것이 도입 안착 비결…"망분리 규제 완화에 기대"

기계공학 박사로 삼성·SK 등 거쳐…"제약 속 문제 해결하는 것이 보람"

연합뉴스

김준환 신한금융지주 디지털파트장(상무)
[신한은행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김준환 신한금융지주 디지털파트장(상무)은 '트렌디'하지만 '트렌드'와 거리가 멀다.

요즘 다들 주목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다루지만, 애초 20여년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때부터 그의 탐구 주제는 '매우 큰 전산 자료'의 활용 방안이었다.

당시엔 이 낯선 대상을 '베리 라지 데이터베이스'(very large database)라고 불렀다. 유행 따라 말이 바뀌어도 하는 일은 같았다.

김 파트장은 컴퓨터과학이 아닌 기계공학 박사 출신이다. 자동차 공장이나 선박 등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삼성전자[005930]에서 '빅데이터·AI' 전문가의 길을 시작했다.

SK C&C 상무를 거쳐 2020년 신한금융그룹에 합류해 금융 AI 도입을 이끌었다.

현재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계열사에서는 AI컨텍센터(AICC·AI콜센터)의 음성봇이 고객 전화를 받는다. 기계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고, 마케팅 성공률이 높은 고객군을 추려 맞춤형 홍보 문구를 생성한다.

김 파트장은 2일 서울 신한금융지주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AI의 핵심 목표는 효율화고 직원들은 이를 통해 고차원적 판단과 상담 등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얼마나 AI에 투자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AI를 하지 않는 것은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파트장은 금융 AI의 안착 비결에 대해 현업 의견을 듣는 것을 꼽았다. AI를 도입하려면 업무 과정(프로세스)을 바꿔야 하고 이 때문에 혼란과 반발이 불가피하다. 잘 설득하고 현장의 지혜는 빨리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는 "이 일은 기술이 반(半), 정치외교가 나머지 반"이라고 했다.

챗GPT 등 생성 AI(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AI)를 활용한 새 서비스도 준비가 활발하다. 단 망분리 규제라는 상황이 난관이다.

망분리는 금융기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 사이에 물리적 격벽을 치는 원칙으로, 보안성이 보장되는 대신 바깥의 최신 AI 서비스와 내부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김 파트장은 "최근 정부가 망분리 규제 개선을 결정해 정말 다행이며 올해 가장 기대되는 변화"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사내 AI 적용 관련해 대표적 사례를 꼽아달라

▲ AI컨텍센터로 고객 대상의 전화 업무를 자동화했다. AI 뱅커(은행원)는 적금 상품 가입이나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한다. 유인 지점을 세우기 어려운 오지에서 요긴한 서비스다. 내부의 반복적인 일을 처리하는 RPA(업무 자동화 시스템)도 매우 많다. 크게 AI 뱅커, AI 상담사, AI 엑스퍼트(전문 업무를 담당하는 AI), AI 어시스턴트(도우미) 등 4개 영역에 걸쳐 AI를 도입하고 있다.

중앙집중적 업무는 AI와 자동화 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 영업점은 그런데 각자 고유의 업무 프로세스가 있고 자동화 수요가 다 다르다. 이 때문에 자기의 PC 업무 화면을 녹화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맞춤형 RPA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준비해 올가을 신한은행 대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번거롭게 시스템을 조작할 필요 없이 바로 RPA 템플릿(틀)을 만들어 준다. 사용자 편의성을 먼저 생각해 나온 구상이다.

-- 금융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AI를 도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 예전 직장(삼성전자·SK C&C)은 IT 회사였지만 금융은 업무 문화가 달랐다. 설득은 불가피하게 해야 한다. 애초 예전 2012년 삼성전자에서 데이터 분석 설루션을 제안할 때도 그랬다. 다들 같은 회사 구성원인데 날 '외판원'처럼 귀찮아했다. 계속 얘기해 실무자부터 이해시키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드니 '뭔가 좀 보인다'는 반응이 나오더라. 이 일은 기술이 반, 정치외교가 나머지 반이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CRM(고객관리시스템)에 연동된 'AI 스튜디오'라는 도구가 있다. 내부 발표할 때 '세 번 클릭하면 마케팅이 된다'고 했다. 예컨대 해외여행 카드를 마케팅하면 알고리즘이 카드 수요가 높은 고객들을 예측해 성공 확률별로 정렬한다. 현업이 '상위 500명에게 홍보 메시지를 보내자'고 결정하면 문구를 생성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클라우드(소프트웨어나 서버를 빌려주는 서비스)가 매우 좋아졌다.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로 돌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금융은 망분리 등 규제가 있는 만큼 데이터를 뭐라도 밖으로 보내려면 법률 검토부터 해야 한다. 달리기하는데 트럭을 업고 뛰는 형국이다. 개발 인력을 영입하면 다들 힘들어한다. 인재 유지가 큰 이슈다. 이런 제약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람이고 경쟁력이 된다고 다독인다.

연합뉴스

신한은행의 AI은행원
(서울=연합뉴스)



-- 지금 더 확대하고 싶은 AI 사용 사례(use-case)는 뭔가

▲ 초기 단계에는 몇몇 주요 사용 사례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단계를 넘어 더 넓게 보고 있다. 어떤 작업을 다 AI로 해보고 사람이 어떻게 들어갈지를 살펴본다. 예컨대 내부 통제나 마케팅을 다 AI로 해보겠다고 하고 여기서 사람의 역할을 고민한다. 사람이 대부분 일을 하고 AI가 일손을 조금 더는 것은 효과가 작다. 반대가 되어야 한다. 작은 사용 사례부터 쌓아 올리는 '버텀업'(bottom-up)에서 시작해, 이젠 'AI 퍼스트'라는 '탑다운'(top-down) 접근으로 나아간다.

-- 생성 AI를 활용하는 방안에도 관심이 크겠다

▲ 챗GPT 기반의 보험상품 서비스 POC(시제품)를 올봄에 다 만들었다. 규제가 있어 출시는 못 했다. 최근 망분리 규제의 완화와 관련해 방침이 나왔는데 다시 혁신금융(규제 면제 조처) 신청을 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새 서비스는 규제만 걱정하면 상상력이 제한된다. 언젠가 규제는 해소될 수 있으니, 일단 계속 시도하자는 것이 우리 방침이다. 챗GPT 서비스도 리스크가 있었지만 그래서 만들었다.

-- AI를 도입하는 핵심 목적은 무엇인가

▲ 효율화다. 업무를 효율화하면 고객한테 이익이 될 수 있고, 직원들도 고차원적 판단과 상담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AI는 도구다.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발전한다. 옛날의 핵심 도구는 불과 철기 등이었는데 이제는 AI가 그런 도구가 된 것이다.

-- AI 도입하면 업무 프로세스가 바뀌고 구성원 반발이 생기는데 어떻게 대처했나

▲ 현업의 반응이 중요하다. '이건 필요없다' 하면 빨리 바꿔 새 대안을 가져온다. 삼성전자 시절 때부터 현업과 부딪히고 협의하며 많이 배웠다.

도메인 지식(현업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현업과 대화할 수 있다. 도메인을 많이 알면 내가 능동적으로 데이터 분석이나 AI 도입 주제를 제안할 수도 있게 된다. 현장을 보고 '이게 필요하구나' 하면서 과제를 기획하고 현업이 '쓰겠다' 하면 추진한다.

도메인 지식은 스스로 배워야 한다. 과거 삼성 갤럭시폰의 데이터 분석할 때는 통신 신호 로그(기록)의 항목이 2만개였다. 여러 부서가 항목을 관리하다 보니 일괄적으로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다. 기술 표준 문서를 보면서 독학했다.

신한으로 이직한 이후에는 적응하려고 금융연수원의 온라인 수업을 많이 수강했다. 국제 금융, 자금 세탁 방지, 선물 옵션 등의 강의를 듣는다. 2022년에 보니 금융연수원의 온라인 수강생 중 전국에서 내가 두 번째로 과정을 많이 들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 박사 학위는 어떤 전공으로 받았나

▲ 기계공학이 전공이다. 기계공학치고는 컴퓨터와 가까운 연구를 했다. 자동차 공장이나 선박에서 나오는 대량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때가 거의 30년 전인데 당시는 '빅데이터'라는 말이 없었다. 소수의 학계 연구자가 쓰던 표현은 '베리 라지 데이터베이스'(very large database)였다. 이 개념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80년대에도 관련 학회가 있었다. '데이터로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일의 핵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키워드는 빅데이터와 AI로 바뀌었지만 나는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는 셈이다.

-- 생성 AI를 활용하면 다들 환각(hallucination·AI가 사실이 아닌 말을 내뱉는 것) 문제를 걱정한다. 이 이슈는 어떻게 보는가

▲ GPT 모델을 파인튜닝(세부조정) 안 하고 RAG(검색 기반 생성·특정 정답 자료에 한정해 언어를 생성하는 기법) 안 하고 쓰면 환각이 문제가 된다. 적당히 다음 단어를 지어내는 것이 본질인 AI니 어쩔 수 없다.

파인튜닝과 RAG를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생성의 근거를 링크로 제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왜 이 말을 했는지 규정 문서 등 원본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결괏값을 검증하는 'AI 거버넌스' 등 정책을 통해 또 보완한다. 이를 통해 문제를 충분히 최소화할 수 있다.

운영상 고려도 필요하다. SK C&C 시절 환자의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을 보고 뇌출혈 여부를 AI가 판정하게 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뇌출혈 여부를 '땅땅땅' 결정하는 것은 인간 의사다.

여기서 AI는 이런 판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AI가 초벌 판단의 근거를 제시한다. '예전 유명한 대학병원 교수가 뇌출혈이라고 판정한 사례가 있는데 그거와 비슷하다' 식으로 설명한다. 사람이 그냥 수동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쉽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김준환 신한금융지주 디지털파트장(상무)
[신한은행 제공]



-- AI 도입에서 데이터 인프라는 필수 요소다. 해당 인프라는 어떻게 만들었나

▲ 애초 은행은 타업종과 비교해 ICT(정보통신기술) 부서가 데이터를 중앙 집중적으로 잘 정리한다. 데이터 웨어하우스(창고)에서 정형 데이터는 잘 찾아볼 수 있도록 이미 틀을 다 만들어 놨다.

여신 심사 보고서나 규정 지침 문서 등 비정형 데이터(기계가 읽고 정리하기 어려운 자료)가 금융권에 꽤 많은데 이는 별도의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만들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이 필요하면 이 비정형 데이터 창고에서 싹 자료를 빨아갈 수 있게 해주려고 한다.

비정형 데이터도 너무 들쭉날쭉하면 곤란하니 최대한 '이런저런 파일 형태로 저장해주십시오' 하며 현업에 안내하면서 표준 서식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영업점 대상으로 '데이터 구독 서비스'를 한다. 지점은 '우리 적금을 몇 개 했고 카드는 몇 개 했지? 우리 KPI(핵심목표지표)에 얼마나 근접했나?' 하며 집계한다. 이런 집계를 시스템이 바로 지점별로 잘 정리해 데이터로 쏴준다. 여기에 조금만 더 글을 덧붙여 바로 지점장에게 올릴 보고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AI 관련해 모범으로 많이 참고하는 금융회사가 어디인가

▲ 미국 JP모건이다. 이 회사의 주주 서한을 읽어봤는데 AI와 클라우드 등 신기술로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하다. 여긴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AI 논문도 엄청나게 쓴다. OCR(문자인식기)이나 LLM(거대언어모델)을 직접 개발한다. 여기 CIO(최고정보책임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렇게 여러 부서랑 소통하며 큰 그림을 그리나' 하며 놀랐다.

-- AI도 관련 인력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을 찾나

▲ 과거엔 오픈소스 동호회 등에 직접 가입해 거기서 잘하는 개발자를 직접 모셔 왔다. AI 같은 최신 분야는 불가피하게 인력이 계속 순환한다. 경력직은 잘 뽑고 신입은 내부에서 잘 키우려고 한다.

데이터 과학자는 통계 분석도 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도 할 수 있으면 최선이다. '풀스택'(full stack) 데이터 과학자라고 한다. 기획부터 최종 서비스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 도메인 지식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영화배우는 연기를 위해 수영이나 권투를 배운다. 데이터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여신 관련한 업무를 하려면 현업 직원과 대화하고자 여신에 관해 배워야 한다.

사실 신입은 코딩 잘하고 배우려는 태도가 좋으면 된다.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 AI가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도 최근 몇몇 나왔다. 어떻게 보는가

▲ 마이크로소프트 엑셀도 그냥 입력기로 쓰는 사람이 있고, 여러 플러그인을 달아서 강력한 통계 패키지로 쓰는 이가 있다. AI도 그렇다. 도구를 잘 쓰면 큰 임팩트가 있고, 잘 못 쓰는 경우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얼마나 사람을 쓰고 GPU(AI 연산에 필요한 칩)를 쓰며 투자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도구를 개발하지 않고 손을 놓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 AI가 업무 효율성 개선 외에 또 어떤 쓸모가 있나

▲ '슈퍼앱'(만능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한 '쏠' 앱도 카드 등 여러 금융 기능이 복잡하게 탑재된 만큼 자기가 원하는 페이지까지 빨리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AI 음성뱅킹이 이럴 때 요긴하다. '지난달 월급 들어왔어?' 하면 바로 조회 화면이 뜬다. 개인 맞춤형으로 잘 작동하는 앱을 만들 때 AI가 필요하다.

-- 앞으로 기대하는 큰 변화는

▲ 망분리 규제 개선이다. 이 규제로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정부의 규제 개선 결정은 정말 다행이고 고맙게 생각한다. 혁신을 불러오고 소비자에게도 큰 혜택이 될 것으로 본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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