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가 1일 한 테이블에 앉으면서 협치의 물꼬를 텄지만 국회의원 특권 폐지 문제나 탄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등 정치적 쟁점에 관해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민주당이 의제로 제안했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정치 개혁을 내걸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공개 모두발언에서부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동참하라고 야당에 촉구했다. 그는 "남용되고 있는 면책특권 범위를 법률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판례로 구체적 면책특권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법률로 아예 한계를 정해 면책특권의 남용을 막자는 논리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법안 강행 처리, 재표결, 폐기, 그리고 재발의 등 도돌이표식 정쟁 정치가 개미지옥처럼 무한 반복되는데 이런 악순환도 끊어내자"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또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야당을 정면 겨냥했다.
반면 이 대표는 약 18분간 공개 발언에서 '독재'라는 단어를 두 차례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나, 상응하는 대통령 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행정적 독재 국가로 흐를 위험성이 크다"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거론했다. 이어 "법 앞의 평등을 말씀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법 앞에 상식적으로 평등할지는 몰라도 검찰 앞에서는 매우 불평등하다"며 "사람에 따라 법의 적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 대표가 제시했던 '제3자 추천 방식 특검법' 발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증거 조작도 특검을 하자고 조건을 붙였는데, 괜찮다. 저희가 수용하겠다"며 한 대표의 결단을 압박했다. 실제로 이 의제는 이날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끝난 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제3자 특검에 대한 의견을 얘기하고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합의하지 못했다"며 "서로 각자의 생각을 확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내 논의와 설득을 더 해봐야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날 한 대표는 여야 대표 회담의 정례화도 언급했다. 한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대표 회담을 정례화할 것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당 대표는 이에 대해 결론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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