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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우크라이나군은 왜 러시아로 쳐들어갔나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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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8월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잔해에 맞아 파괴된 러시아의 주거용 건물.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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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무기도 병사도 많다. 경제 제재에서도 살아남았다. 러시아는 핵심 에너지 기반 시설이 공격당해 매우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에너지도 풍부하다. 러시아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지지도는 85%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계속 실수를 저지르는 것 같다. 첫번째 실수는 2022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으로, 즉각적 저항 속에 낡은 장비와 판단력 부족으로 타격을 받았다. 두번째 재앙은 2023년 러시아군을 대거 몰아낸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함께 찾아왔다. 그리고 푸틴의 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2024년 3월에는 모스크바 콘서트장 테러로 140여명이 사망했다. 푸틴 정부는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이란으로부터 매우 정확한 정보를 받은 상태였다. 이제 러시아는 2차대전 뒤 처음으로 침공을 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몇주 만에 500제곱마일에 이르는 면적과 100개 마을을 점령했다.



하지만 크렘린은 조용하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을 테러라고 부르며 의미를 축소하려고 한다. 그는 침공당한 지역에 충분한 군사력을 투입하지 않은 채 돈바스 지역 전체를 통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투하하는 폭탄과 ‘고기 분쇄기’ 전술에 따라 투입하는 병력 규모를 보면 종이호랑이는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군, 정보, 국경 수비에 쓰는 돈이 전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하다. 푸틴은 이를 바로잡으려고 고위 장교들을 부패 혐의로 체포하고 있다. 국방장관을 경제학자로 교체한 것은 군사 분야 수지를 맞추는 게 중요함을 보여준다. 푸틴은 비판자들을 침묵시키는 데도 능하다. 프리고진은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핵심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는 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사했다. 그러나 푸틴은 이웃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군대를 갉아먹는 부패를 막고, 러시아를 번영하는 나라로 만드는 결정을 내리는 등의 큰일은 잘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무기 제공에도 불구하고 돈바스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게 어렵다는 점을 안다. 푸틴이 충분한 병력을 보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금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 부근 러시아 영토를 고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푸틴은 70대이지만 앞으로 러시아를 10년은 더 통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전쟁을 10년 더 겪을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그들이 형편없는 지도자를 갖고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게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한 이유다. 그게 드론으로 주요 군사 시설과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는 이유다. 그게 크림반도를 사실상 무력화해 흑해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러시아인들이 그곳에 가는 것을 꺼리게 만든 이유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인들에 대한 메시지는 ‘당신들 지도자는 당신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수용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러시아에는 외진 지역에 대한 불평등한 병사 징집,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 심각한 부패에 의한 많은 분노가 있지만 대규모 저항 운동으로 통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치솟는 분노는 광범위한 중간층 엘리트들에게 푸틴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설득하는 데 충분할 수 있다. 이 흔들리는 계층은 푸틴이 러시아의 생명과 돈을 너무 많이 잃었기 때문에 더 실용적인 지도자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할 수도 있다.



이게 우크라이나의 전략이다. 우크라이나는 푸틴이 다음에 저지를 전술적 실수가 그의 마지막 실수가 되기를 바라며 계속 러시아 내에서 전쟁을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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