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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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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보법 위반’ 전승일 감독 재심 개시 결정에 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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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승일 감독이 지난 6월10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재심개시청구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히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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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권 때 대형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제작에 참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전승일 감독(59)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열기로 했으나 검찰이 불복해 항고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에 전 감독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항고장을 제출했다.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지 일주일 만이다.

전 감독은 1989년 ‘전국대학미술운동연합’ 소속으로 ‘민족해방운동사’ 제작에 참여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민족해방운동의 관점에서 해석해 여러 점의 대형 걸개그림에 담은 작품이었다. 당시 공안당국은 이 걸개그림이 북한의 주장과 활동에 동조한 이적표현물일라고 규정했다. 같은해 전 감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991년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전 감독 측은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들이 영장을 제시하거나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위법한 절차로 전 감독을 구금했다고 주장했다. 수사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일삼았으며, 그를 강제연행했음에도 “임의동행했다”고 허위 기재한 점도 들었다.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문을 보면, 법원은 “피고인의 임의동행 과정에서 피고인이 사전에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 받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고, 조사가 이뤄진 장소, 기간 등에 비춰 피고인이 동행 도중에 자유로이 이탈할 수 있었거나, 동행장소에서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전 감독을 긴급구속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유를 고지하거나 검사로부터 사전 지휘를 받은 사실이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수사관들의 수사보고가 피의자 신문조서보다 하루 먼저 작성된 점을 들어 “구체적 범죄사실이 특정된 수사보고를 미리 작성한 후 이에 맞춰 피고인으로부터 진술서 및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은 것이라면 이는 수사의 적법성에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심 개시 여부에 관한 재판 과정에서 불법체포·가혹행위에 대한 전 감독 증언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전 감독의 법정진술, 구금 과정에서 작성한 편지 등 전 감독 본인의 진술에 근거한 증거만 있을 뿐, 목격자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전 감독이 임의동행된 게 아니더라도 영장발부 기간(체포 후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구금에 대한 법적 통제가 이뤄졌고, 불법구금이 아니다”며 재심 사유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 감독은 검찰의 항고에 대해 “유죄 판결 이후 나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됐고, 해당 그림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복원돼 전시까지 돼 문제가 없는 사건인데 이를 항고한다는 것은 35년 전으로 돌아가는 논리”라며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는 상황에 대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을 대리하는 이종훈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청구인이 어렵게 용기를 내서 재심 개시 신청을 진행했고,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까지 했는데 과거에 잘못했던 국가기관이 반성 없이 재심 시도 자체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국가 폭력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니겠나 싶다”고 말했다.


☞ 6·10 민주항쟁 37년, ‘포스트 트라우마’ 전승일 감독 재심청구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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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자는 국가였다”···‘국보법 위반’ 전승일 감독 재심 열릴까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191412001#:~:text=2007%EB%85%84%20%EC%A0%84%20%EA%B0%90%EB%8F%85%EC%9D%80,%EB%A9%B0%20%EC%9E%AC%EC%8B%AC%EC%9D%84%20%EC%B2%AD%EA%B5%AC%ED%96%88%EB%8B%A4.



☞ ‘국가보안법 위반’ 전승일 감독 재심 가능성 열려…1심 법원 ‘재심 개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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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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