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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90도 인사하다 "당신 눈데!"…두목 결혼식 잠입때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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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최대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com)가 발표한 2023년 안전도(Safety Index) 순위에서 한국은 17위로 꼽혔습니다. 한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덴마크(21위) ·싱가포르(27위)·독일(44위)보다 앞섭니다.

그런데도 아직 수천명의 조직폭력배가 우리 주변에 도사린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서로를 경계하며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조폭들은 언제든 이 무게추가 기울면 물리적 폭행을 가하며 금전 이익을 취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범죄와의 전쟁’. 발톱만 드러낸 채 서로를 할퀴진 않고 있는 그 긴장의 현장을 파헤쳐 소개했습니다.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2023 조폭의 세계(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71)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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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 전국구 조폭〉

“눈데 와가 사진 찍습니꺼!” 살 떨린 ‘두목 결혼식’ 잠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6171

“상계파 힘 쓰는 형이 상주” 빈소서 목격한 조폭 인증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7902

“형님은 손 뗐다” 감싸줬더니 “저놈이 부두목” 배신당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9634

25만원 여관방, 생선 날랐다 ‘조폭 에이스’ 마흔에 닥친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7911

2023년 6월 25일 오후 부산 영주동의 K호텔. 검은색 벤츠 마이바흐 세단이 들어서자 건장한 남성들이 일제히 ‘굴신 인사(90도 인사)’를 했다. 호텔 입구에서 웨딩홀로 이어지는 로비에는 30대 남성 20명이 도열한 채 하객들을 맞았다. 그들 뒤로 ‘평택 00나이트 회장’ ‘000에셋 회장’ ‘0엔지니어링 전무’라고 쓰인 화환 수십 개가 병풍처럼 들어섰다.

‘신20세기파’ 두목 홍모(50)씨의 결혼식 풍경이다. ‘칠성파’와 함께 부산 양대 폭력조직으로 꼽히는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 분)가 속했던 조직이다.

중앙일보

지난달 25일 오후 4시40분쯤 신20세기파 두목 결혼식이 열린 부산 K호텔에서 조직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하객을 맞이하러 나가고 있다. 석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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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3월부터 조폭(조직폭력배)의 실태를 파헤치고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려는 목적으로 ‘2023년 조폭의 세계’를 취재해 왔다. 이 과정에서 15명의 전·현직 조폭을 수차례 만나 그들의 경험담과 속사정을 청취했다.

‘신20세기파 두목의 결혼식’은 조폭 세계에서는 중요한 뉴스였다. 사전에 결혼식 소식을 접한 기자는 경찰청 관계자에게 “결혼한다는 두목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에 수소문에 들어갔다.

“25일 오후 5시 K호텔, 20세기파 홍 회장(홍씨의 별명) 결혼식 맞다. 가보시라. 건달들 많이 올 거다.”

취재 중 접촉했던 전직 조폭에게서 결혼 당사자가 ‘홍 회장’이라는 정보를 SNS를 통해 확보했다. 비행기 표를 끊고 하객처럼 보이기 위해 검은색 정장을 입고 부산으로 향했다.

중앙일보

지난달 25일 '신20세기파' 두목의 결혼식장의 모습. 화환들 앞에 두목의 부하로 보이는 남성들이 도열해 있다. 석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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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혼식 로비에는 팔(八)자걸음의 하객들이 북적였다.

“안녕하십니까 행님! 오랜만입니다!”

“00이 형님 2년 밑에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야. 곧 같이 자리하자.”

꽤 오랜 기간 동고동락을 함께한 듯한 형과 아우들의 정겨운 대화가 넘쳤다. 큰 덩치에 정장 혹은 재킷을 입은 남성 하객 대부분의 모습은 영화에서 보던 조폭의 옷차림이었다. 다만 ‘깍두기 머리’처럼 똑같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앞머리를 덮은 차분한 머리의 하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는 분위기를 살피며 사진을 찍고 다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기를 반복했다. 그런 행동을 수상하게 본 정장 입은 남성이 다가와 부산 사투리로 목소리를 높였다.

" 눈데 어데 와가 사진을 찍습니꺼. 찍은 거 다 지우소! "

사내의 거친 목소리는 위협적이었다. 자칫 봉변을 당할 것도 같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쫓기듯 호텔을 빠져나와야 했다.

호텔에서 머문 40~50분 동안 폭력조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의 숫자를 세봤다. 서열이 가장 높은 남성이 앞장선 채 10여 명씩 무리를 지어 몰려다녔다. 200여 명까지 세다가 밀려오는 하객에 집계를 포기했다. 한때 호텔 앞 4차선 도로는 하객 차량이 밀려 혼잡을 빚을 정도였다.

경찰은 이날 호텔 주변에 사복 경찰과 강력계 형사 30여 명을 배치했다. 전국 각지의 조폭이 집합할 경우 벌어질 우발적 충돌을 우려해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엔 조폭도 집단 모임을 자제해 왔다”며 “팬데믹이 풀리면서 빈번한 경조사를 통해 활동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끝나자 조폭 급증…10년 새 최다



조폭은 영화·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오늘도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잠입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앙일보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청의 ‘조폭 관리 현황’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으로 경찰이 관리하는 전국의 조폭은 208개파 5572명에 달한다.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팬데믹 기간인 2021년 5100명대까지 줄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5500명을 넘겼다. 프로농구 경기가 열리는 잠실학생체육관 객석 수(5400석)보다 많다.

법률적으로 조폭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4조에 따라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활동한 단체’를 말한다. 수사기관은 이 법으로 처벌받은 범법자들을 '조폭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리 대상 조폭 여부는 매년 관할 경찰서에서 심사위원회를 열어 조폭의 동향과 활동을 근거로 1차로 판단한 뒤 각 시·도 경찰청에서 2차로 최종 선별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실제 조폭은 더 많을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수사연구관인 안흥진 국제범죄연구소장은 “개별 인물을 조폭 통계에 포함하려면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하므로 경찰 입장에선 이를 배제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집계한다”며 “실제 활약하는 조폭은 1만7000명 정도라는 내부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안 소장 말대로라면 국민 3000여 명 중 1명이 조폭이란 얘기다. 일본의 야쿠자 비율(국민 5577명 중 1명 추산)보다 높은 셈이다.



“돈 도는 곳에 조폭 있다”



조폭이 많은 지역은 경기도(812명), 서울(513명), 부산(418명), 경북(413명), 전북(375명) 순이다. 전북을 제외하곤 모두 지역내총생산(GRDP)이 17개 시·도 중 6위 안에 드는 지역이다. 조폭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2021년 기준 GRDP(527조원)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조폭의 규모는 지역의 경제 수준에 맞춰 공생한다. 개발과 유흥 등 돈이 많이 도는 곳, 이권을 개입할 여지가 있는 곳에 조폭이 몰린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인구 비율로 따지면 광주에 조폭(370명)이 가장 많다. 시민 3853명 중 1명꼴로 조폭이 있는 셈이다. 충북·전북·제주·대전이 뒤를 잇는다. 안흥진 국제범죄연구소장은 “광주나 충북은 경제나 인구 규모가 수도권에 훨씬 못 미치지만, 과거부터 유명했던 조직들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1개 파벌에 속한 조직원 수는 평균 26.8명이다. 서울 23명, 경기 27명, 부산 22명, 광주 46명 등이었다. 충북(1곳당 57명)·제주(48명)·대전(48명)·광주(46명)의 조폭은 전국 평균보다 많은 조직원을 거느렸다. 안 소장은 “지방에선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조폭의 대형화 경향이 있다”며 “예컨대 충북에선 청주에 조폭이 몰리다 보니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파라다이스파·시라소니파 같은 전통적 유명 조폭의 영향력이 유지된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중앙파, 뜨는 신상계파…기업화



중앙일보는 폭력조직 208개파 중 지역별 주요 조직의 이름을 단독으로 확보했다. 조폭 이름은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경찰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과 경찰의 ‘조폭 수사통’(전직 포함)을 극비리에 접촉해 조폭 실태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특정 사건이 터지지 않은 이상, 어떤 이름의 폭력조직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다고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공식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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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전국 폭력조직 현황' 문서. 작업 과정의 문서여서 확정된 내용과 차이가 있음.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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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파의 조폭이 활개 치는 서울에선 양은이파와 범서방파 등 과거 호남에서 상경한 조폭들이 강남을 중심으로 대를 이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980~90년대 지하 세계를 주름잡았던 양은이파와 범서방파는 최근 위세가 약해졌다고 한다. 경찰청의 조폭 담당 관계자는 “보통 조폭 하면 양은이파와 범서방파를 떠올리지만, 그 당시 활동했던 세대만 건재하고 그 밑에는 거의 활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악명을 떨치던 조직들이 건재한 곳도 있다. 영등포중앙파는 시장과 향락가가 밀집한 영등포 지역에서 이권에 개입해 자리를 굳혔다. 미아리텍사스파는 두목 박모(사망)씨가 길음동·미아리 일대를 통합하며 규모를 키웠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경찰청 조폭 담당 출신의 수사관은 “영등포중앙파는 여전히 유흥업소에 빌붙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텍사스파의 경우 두목이 수년 전 죽고 난 후 강남으로 넘어가 다른 폭력조직들과 연대하며 돈이 되는 일은 다 하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신상계파는 최근 뜨고 있는 폭력조직으로 꼽힌다. 서울청 수사관은 신상계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실질적 두목이 60대 김모씨인데, 감옥을 다녀온 뒤 상계동 재개발 이슈에 개입해 돈을 모은 거로 파악한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 신세대를 규합해 소규모 조직 간 ‘전쟁’에 이겨 세를 다졌다. 요즘 서울의 전국구 조폭들은 사채와 자본시장에 뛰어들어 기업화하는 추세이며, 무자본 M&A(인수합병)를 통해 기업 사장님 행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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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일당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지난달 초 서울 용산구 S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석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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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지방에선 과거 폭력조직 위세 여전



경기도에선 수원의 남문파와 북문파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각축을 벌인다. 성남시 모처에서 만난 북문파 조직원 50대 김모씨는 “예전엔 수원에서 학교의 ‘짱’(싸움을 가장 잘하는 학생)이 갈 수 있는 직계 조직 루트가 정해져 있었다”며 “요즘은 다른 조직끼리 반목하지 않는 경향이지만 북문파와 남문파는 여전히 사이가 껄끄럽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청 관할 경찰서의 전직 형사과장은 “성남 조직인 국제마피아파는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돈도 많이 벌었고 비교적 활발하다”고 했다.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은 중국 칭다오에서 2000억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2018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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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이 2020년 10월 서울 남산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폭력조직 ‘수노아파’ 39명을 기소했다. 수노아파 조직원들은 동갑 조폭들끼리 전국모임을 하며 친목을 과시했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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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선 유흥가를 거점으로 신꼴망파·주안식구파·부평식구파·간석식구파 등이 할거한다. 주안·부평·간석에서 생활했던 각각 50대·40대·30대인 조폭들이 기자에게 들려준 실상은 이렇다.

“2010년까지 나이트클럽이나 유흥업소에서 보호비를 받거나 보도방(유흥접객원 제공업)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요즘은 개인 사업이나 불법도박 사이트 사업으로 옮겨 각자도생하고 있다.”

부산과 호남의 폭력조직은 위세가 건재한 편이다.

안 소장은 “한국 최대 규모의 조직은 부산 칠성파이고, 그다음이 신20세기파”라며 “특히 1980~90년대 향락산업·빠찡꼬 같은 성인오락실로 성장한 칠성파는 현재 기업화하면서 부도기업 청산, 건물 철거 용역, 부동산업에 손길을 뻗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 내 ‘조폭통’으로 불린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은 경고한다.

" 사업 절차상 편의를 노리고 조폭들과 손을 잡는 사업가들이 더러 있다. 그런 행위는 사회악일 뿐 아니라 본인도 조폭 사건에 연루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가까이하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

■ '2023 조폭의 세계' 목차

〈제1부 - 전국구 조폭〉

“눈데 와가 사진 찍습니꺼!” 살 떨린 ‘두목 결혼식’ 잠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6171

“상계파 힘 쓰는 형이 상주” 빈소서 목격한 조폭 인증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7902

“형님은 손 뗐다” 감싸줬더니 “저놈이 부두목” 배신당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9634

25만원 여관방, 생선 날랐다 ‘조폭 에이스’ 마흔에 닥친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7911

〈제 2부 - 기업형 조폭]

비상장주 다루던 그 금융인, 수 틀리자 회칼 빼들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1448

“나 건달 아녀, 기업인이여” 하얏트 거머쥔 배상윤의 몰락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6207

휴지통 속 찢겨진 종이 한장…‘하얏트 조폭’ 돌연 순해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1503

〈제3부-마약·도박 조폭〉

“10억 벌고 3년 썩으면 OK!” 조폭이 돈 벌기 쉬운 나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2988

“마약 배달하면 1000만원” 돈 앞에 ‘가오’도 버린 조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9844

국제 탐사기자의 충격 증언 “멕시코 조폭, 한국 진출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6530

〈제 4부 - MZ 조폭〉

가입 권하자 “월급 얼마예요” 기성세대 조폭도 MZ 버겁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6544

“팔 쓱 내밀면 돈이 생긴다” 1500만원 ‘이레즈미’ 위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3285

MZ 조폭이 고백했다 “조폭 배출 일진학교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5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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