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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철우 교수 “국적 논란, ‘일제 지배 불법 무효’만 새기면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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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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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일제강점기 한반도 거주자의 국적’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30일 한겨레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굳이 역사 논쟁을 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취한 입장이 뭐냐고 물어보면 되는 것인데, 국적이 뭐냐고 물어봐서 자꾸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며 “뉴라이트라는 사람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 한반도에) 근대적인 국가가 있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질문을 하지 말고 본질을 분명히 인식하게끔 해주는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언은 최근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이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상황과 관련돼 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이 질문에 “일제시대 때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한국) 국적이 있느냐”며 당시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그러자 이종찬 광복회장이 29일 광복회 주관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114주년 ‘국권상실의날 추념식’ 개식사에서 “강도 일제가 칼을 대고 우리에게 국권을 빼앗아갔다”며 “비록 강도가 가져갔더라도 그것은 우리 것”이라며 “그것이 일본 것이라고 장관하겠다는 사람이 그러니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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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외교부가 1986년 7월24일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올린 ‘대한제국이 체결한 다자조약의 효력확인’ 문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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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당시 청문회 상황을 언급하며 “(국적이 무엇이냐는) 그 질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1948년에 태어난 신생국으로 보느냐고 물었어야 한다. 건국절을 말하는 이들의 ‘1948년 건국론’은 그 이전에는 (한반도에) 근대적인 의미의 국가가 없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일제가 통치권을 빼앗은) 대한제국은 정치체제 측면에선 전근대적이었지만, 외국과 다자조약까지 체결하고 (국제) 평화레짐 안에 들어가 있던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6년 7월24일 국무회의에서 과거 대한제국이 여러 나라들과 맺었던 다자조약의 효력을 확인하고 조약번호를 부여해 공포했던 일을 상기시켰다. 해당 문서에는 “1905년 11월 17일의 소위 을사보호조약과 1910년 8월 22일의 소위 ‘한일합방조약’을 비롯해 1910년 이전에 체결된 한일 간의 제조약은 대한제국과 대한제국의 조약체결권자(고종 및 순종황제)에 대하여 강박을 행사하여 체결된 조약이므로, 현 국제법 이론에 의하여서 뿐만 아니라, 한일합방 당시의 국제법이론에 의하여도 당연무효이며, 1965년 6월22일 체결된 한일 기본관계조약 제2조도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한국과 일본간에 체결된 제조약은 이미 무효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해당 문서는 “따라서 법적으로는 대한제국이 국가로서 소멸한 것이 아니라 계속 존속되어 왔으나, 다만 그 행위능력 즉 영토와 인민에 대한 실효성 있는 통치권만 일본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대리행사되어 온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1945년 8월15일 일본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신생국이 아니라 일본에 의하여 제한되어 왔던 주권을 회복한 것이며, 대한민국은 동일한 국제법주체인 국가내에서의 국체, 정체 및 국호의 변경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동일성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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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1986년 7월24일 국무회의 의결안 내용(논문 첨부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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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역사 퀴즈가 벌어지고 있다”며 “‘일제 지배 불법 무효’ 이 여덟 글자만 머리에 넣으면 되는 일이다”라며 “그러나 그걸 알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공직자 후보나 그들을 옹호하여 궤변을 늘어놓는 논객들이 쌍심지를 켜고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전하는 사람에게 악다구니를 쓰니 단순한 말을 반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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