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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내년 정부 R&D 예산 역대 최대지만…"40년 기초연구 성장 사다리 붕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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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R&D 예산 우려 표명
과기정통부 내년 예산 역대최대
정부, 투자 효율 극대화 명목으로
지속성 중요한 기초연구자 소외
시스템 붕괴땐 국가적 손실 지적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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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1.8% 늘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등 선도형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과학계는 R&D 예산 확대에도 좀처럼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추격형 R&D에서 선도형 R&D로 체질 전환을 위해 실시한 급진적인 구조 개혁이 연구 현장의 다양성과 지속성을 단절시킨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일부 과제 편성에 집중되면서 연구자 간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은 29조7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1.8% 증액했다. 과기정통부 R&D 예산(9조7206억 원)은 올해보다 16.1% 늘었다. 삭감 전인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3%, 6.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올해 R&D 예산 삭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내년도 예산은 △선도형 R&D △AI·디지털 혁신 △핵심인재 양성 및 기초연구 △전략적 국제협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예산 증가는 단순한 예년 수준의 예산 복원이 아닌 선도형 R&D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과기정통부는 R&D 시스템 개혁을 바탕으로 해서 내년 예산은 선도형 R&D가 실질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집중 투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예산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도형 R&D로의 개편이 기초연구의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정옥상 부산대 화학과 교수는(기초연구연합회장) “기초연구는 지속성과 다양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선도형 R&D로 전환하며 40년 간 차곡차곡 빈 공간 없이 만든 연구 시스템 자체를 붕괴했다”며 “기초연구를 수월성 위주로 확대하면서 예산 자체는 원상 복구해도 연구비의 빈부 격차가 크게 늘어나고 다양성과 지속성을 줄어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예산 삭감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초연구 분야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2조3400억 원으로 편성했지만 기초과학계에서 여전히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기초연구 분야에서 예산 삭감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속지원 과제는 2023년 수준으로 복구하기로 했지만 신규 과제는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준배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지원 규모가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수준이라 관련 규모로는 우수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구조 개편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기계에서는 이 같은 개편으로 기초연구의 밑바탕이 되는 소규모 과제가 사라질 경우 신진 연구자들이 중견 연구자, 리더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교수는 “기초연구 예산이 최대치라고 했지만 연구비 지원이 편중되면서 현장에서는 연구비를 못받는 연구자들이 많아졌다. 대학원생 2~3명으로 운영하는 작은 연구실들은 이미 문을 닫은 곳이 상당히 많다”며 “AI와 반도체와 같은 12대 국가전략 기술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만, 기초연구는 어떤 분야에서 성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자금을 늘리는 것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구자가 중견연구, 리더연구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붕괴되면 결국에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선도형 R&D에 과기정통부 R&D 예산 중 44%에 해당하는 4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대한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핵심인재 양성과 기초연구 확대에는 올해보다 3600억 원 증액한 3조5700억 원을 편성해 안정적 연구환경을 구축하고, 신기술 핵심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과학기술 관련 국제협력은 올해 1조1300억 원에서 내년 1조2500억 원으로 증액해 세계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 과학기술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기정통부 예산안은 작년부터 진행한 R&D 시스템 전환 등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선도형 R&D가 실질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민간이 개발하기 어려운 유망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고,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핵심 인재를 육성해 내년을 대한민국 미래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김나리 기자 (nari3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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