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근교 휴양지인 옌치후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중국중앙방송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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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이틀째 연쇄 회담을 이어갔다.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전날 처음 중국을 찾아 왕 주임과 회담을 시작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첫날 회담에서 "미·중 간 경쟁이 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고, 지난해 양국 정상이 합의한 공감대를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28일 회담에선 "대만해협 등에서의 양측 간 군사적 갈등을 예방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대만 문제와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펜타닐 유통 문제 등 현안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특히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지난 5월 취임한 이후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한 구체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은 회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설리번 보좌관은 양국 군사회담 수준을 전구사령부(theatre command) 단계로 끌어올리길 원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통해 대만해협 등 특정 지역에서 일어날 갈등을 예방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내 펜타닐 대응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측이 펜타닐 원료가 되는 화학물질 개발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당초 진통제로 개발됐지만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강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미 전역에서 마약 대용으로 남용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중국 제조업체를 겨냥한 미국의 관세 및 수출 통제 등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제이크 설리번(왼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중국 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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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대외정책을 이끄는 두 외교 사령탑이 대면으로 만난 건 지난 1월 말 태국 방콕회담 이후 7개월 만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첫날 회담에서 왕 주임은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원한다"며 "'샌프란시스코 비전'에 대한 간섭을 극복하고 장애물을 없애 양국 관계에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비전'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양국 관계 발전의 청사진이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도 "이번 전략적 소통을 통해 다양한 문제에 유익한 대화를 나누고 양국 정상이 합의한 공감대를 이행하길 바란다"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미·중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의 의도와 관련해 외신들은 "임기 말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 관리와 차기 미 행정부의 방향성을 점검하는데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BBC는 "이번 회담의 근본적인 목적이 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있다"며 "상호 경쟁하면서 의존적 관계에 놓인 양국이 서로를 경계심을 갖고 관리하면서도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다웨이(達巍)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AP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발생할 위기를 피하는 게 설리번 보좌관의 방중 목적"이라며 "차기 미 행정부의 미·중 관계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니콜라스 번스(왼쪽) 주중 미국대사와 양타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국장을 환영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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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 개최와 관련, 중국이 미 대선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의 후계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21세기 경쟁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승리하도록 하겠다"는 강경한 대중국 자세를 취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과 트럼프라는 두 강경파에 대비하던 중국 지도자들에게 갑작스럽게 등장한 해리스의 존재는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며 "트럼프와 해리스 두 중국 입장에선 두 잔의 독배"라고 전했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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