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맨 오른쪽)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파업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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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60대 여성 A씨는 지난 25일 늦은 밤 극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구토와 설사까지 동반되자 지역 내 2차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외상 환자만 받을 수 있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에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인근에 있는 응급실 2곳에서도 연이어 퇴짜를 맞은 후에야 광진구에 있는 한 병원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A씨의 보호자는 "애당초 3차 병원은 생각하지도 않고 2차 병원으로 곧장 향했는데 진료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며 "아프지 말아야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든 건 누구의 책임이고, 도대체 어떤 대안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응급실 뺑뺑이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심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에 국한됐던 응급실 셧다운이 의료대란 장기화로 2차 병원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이번주 내로 추석 응급 대책을 발표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응급실 대부분은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지속돼온 인력난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정규시간 외에 안과와 이비인후과 진료가 불가하다고 알렸고, 세브란스병원은 성인·소아 외상 환자, 위장관·기관지 내시경이 필요한 신규 환자 등을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은 정형외과 응급 수술·입원, 성형외과 단순 봉합 진료가 불가하고,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은 혈액내과 신규 환자와 소화기내과 간농양 관련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간 이어진 의료대란으로 응급실 진료 제한이 일상이 됐지만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들을 일부 분담하던 2차 병원들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재 여의도성모병원, 삼육서울병원,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노원을지대병원 등은 배후 진료과목을 포함해 응급실에 남아 있는 의료진이 거의 없어 환자 수용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소재 한 2차 병원 관계자는 "최근 몇 개월간 2차 병원들이 환자들을 초과 수용해왔는데 이젠 탈진 상태"라며 "현재 강원이나 대전 지역에서도 전원 문의가 올 정돈데 응급실만으로 버텨야 하는 추석 연휴 때는 어떻게 될지 상상도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이번주 안으로 추석 응급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환자 분류와 전원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정부는 응급실 진찰료를 가산하고 전담인력 채용 시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증환자에 대한 정의도 구체화한다. 이와 더불어 응급실을 전전하던 환자를 최종 수용한 병원에 한해서는 불가피한 피해에 대해 면책을 부여할 계획이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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