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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美 웨스팅하우스, 체코 정부에 '한수원 원전 수주'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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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건설사업 수주에 반발하며 체코 반독점당국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형 원전이 자사 원천기술을 침해했다면서 관련 절차 진행에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체코전력공사(CEZ)가 한수원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가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한수원은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그 기술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금은 폐쇄된 한국의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시공부터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하며 각종 기술을 한국에 전수해왔다. 해외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의 기반이긴 한 셈이다. 다만 이후 한국 원전은 수십년에 걸쳐 국산화를 이뤘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자사의 AP1000 원자로를 앞세워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했지만 앞서 탈락했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는 11월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일자리'까지 언급했다. 미 대선 후보들의 지원사격을 통해 정치적 이점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웨스팅하우스는 "AP1000 원자로 대신 APR1000 원자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천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한국에 수출하게 된다"면서 "그 일자리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1만5000개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웨스팅하우스는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계속해서 자사 지식재산권을 격렬하게 보호하고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면서 중재 결정이 2025년 하반기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체코 등에 수출하려는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이라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2022년 10월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건은 작년 9월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각하 결정 이후 웨스팅하우스의 항소로 현재 항소법원 소송이 진행 중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이처럼 체코 정부에 직접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수원을 최대한 압박해 관련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한편, 한수원측에서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수원이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맺으려면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하는 게 바람직한데 그러려면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가 원전 수출 신고의 주최는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수원의 수출 신고를 반려한 상태다.

한편 웨스팅하우스의 본사는 2017년 경영 악화로 파산한 이후 매각돼 현재 캐나다의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와 캐나다의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각각 51%,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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