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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보복 일단락...이란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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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25일(현지시간) 새벽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공격이 임박했단 징후를 포착했다며 전투기 약 100대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표적을 공격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320발이 넘는 로켓을 발사하고 드론으로 군사기지 11곳을 표적으로 삼는 등 지난달 30일 푸아드 슈크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암살에 대한 보복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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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격에 불길 치솟는 레바논 남부 지역.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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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도 지난달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것과 관련해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헤즈볼라가 이란보다 먼저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이스라엘은 48시간 동안 선포했던 전국 비상사태를 해제했고 북부 국경지대의 보안 비상조치도 해제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측 모두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보복과 교전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벤구리온 공항 등 목표물에 "로켓 수백 발을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선제공격으로 50% 이상, 또는 3분의 2가량 발사되지 않았다"면서 헤즈볼라의 계획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헤즈볼라가 발사한 드론 모두 격추했단 입장이다.

반면 이날 TV연설에 나선 헤즈볼라의 수장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는 이번 작전의 주요 목표가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의 글릴롯(Glilot) 군사 정보 기지였다면서 "작전은 계획했던 대로 정밀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글릴롯 군사 정보 기지에 "어떤 타격도 없었다"고 AFP 통신에 알렸다.

나스랄라 수장은 이스라엘군의 선제 타격에도 "훼손된 우리의 정밀 타격이나 전략 미사일은 없다"며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의한 피해는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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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TV연설 하는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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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번 공격은 슈크르 지휘관 암살에 대한 "1단계" 보복이며, "오늘 작전 결과를 평가하고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조만간 이스라엘에 또 대규모 공습을 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요 외신은 보고 있다.

CNN은 나스랄라가 잠재적인 추가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헤즈볼라 특유의 레토릭(rhetoric·수사)일 수 있다"며 "헤즈볼라는 위협할 때 결말을 내지 않고 열어두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 상대의 공격에 큰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고, 민간인 사상 피해도 크지 않아 확전은 피하면서 평상시대로 국경지대에서의 저강도 교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 공격으로 해군 1명이 미사일 파편에 맞아 숨지고 다른 군인 2명이 부상했다. 레바논 당국은 3명이 숨졌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가안보학연구소(INSS)의 연구원 대니 시트리노위츠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헤즈볼라는 전쟁 억제 등식(deterrence equation)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번에 긴장 고조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는 헤즈볼라가 슈크르 고위 지휘관 암살 사건에 보복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전면전은 피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계획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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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5월 31일(현지시간) 정당 깃발 들고 행진하는 레바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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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는 무장단체임과 동시에 레바논 내 정당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난으로 민심이 흉흉한데 이스라엘과 전쟁까지 치르면 헤즈볼라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레바논 소재의 맬컴 H. 커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지 알리 부국장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번 공격을 계획했다는 것은 "확실히 확전은 방지하겠단 의미"라고 진단했다.

◆ 복수 끝난 헤즈볼라, 이란 결단만 남아

헤즈볼라가 이번 공격을 끝으로 보복을 멈춘다고 해도 이란의 보복이 남았다. 이란이 언제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할지 불분명한 상황이라 중동 화약고가 터질 위험은 여전하단 진단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이 다시 한번 이스라엘 보복을 단행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지난 24일 밤 서부 이라크 접경지인 케르만샤주 코스라비 국경 검문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이스라엘 보복 관련 질문을 받자 "복수에 관한 좋은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살라미 사령관 주변에는 이라크 성지로 가기 위해 모인 인파가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쳤다고 IRNA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연례 아르바인(Arba'een) 행사가 끝나고 이스라엘에 보복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올해 행사는 25~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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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이라크 성지 카르발라를 찾은 이슬람 시아파 신도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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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인은 이슬람 시아파 연례 최대 행사 중 하나로, 예언자 모하메드의 손자 이맘 후세인이 순교한 지 40일째를 기리는 행사다. 전 세계 시아파 신도들은 이라크 성지 카르발라로 향하는데 지난해에는 2200만 명이 성지를 찾았다.

이란은 인구 90% 이상이 시아파로 시아파 종주국으로 불린다. 지난해 수백만 명의 이란인이 이라크 성지를 찾았는데, 이란이 자국민의 안전한 여행과 대규모 민간인 사상을 피하고자 이스라엘 보복 시점을 아르바인 이후로 계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공교롭게도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는 TV연설에서 이번 이스라엘 보복 작전명이 '아르바인 날 작전'(Operation Arba'een Day)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 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재고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날 하마스는 다시 한번 중재국들이 제시한 타협안 수용을 거부했다. 협상이 재개될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태다.

이제 이란의 결단만 남았다. 이란이 이스라엘 보복을 단행하면 헤즈볼라가 "2단계" 보복으로 합류하고 하마스, 예멘 반군 후티 등 친이란 대리 세력이 가세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이제 이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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