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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사설] 의료 현장 ‘총체적 난국’…정부는 무슨 대책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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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보건의료노조가 오는 29일 전국 61개 병원에서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파업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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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떠난 병원에 간호사 등도 파업 예고





응급실 파행도 확산…‘립서비스’로는 안 된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이 오는 29일부터 전국 61개 대형병원에서 동시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료기사 등이 가입한 단체다. 지난 23일까지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선 61개 병원의 조합원 82%가 참여해 투표자의 91%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에서 병원 간호사 등의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노조는 첫 번째 요구 조건으로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내걸었다. 꼬일 대로 꼬인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한 이후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도 6개월이 넘었다. 저렴한 인건비에도 주 80시간 근무를 감수하던 전공의들이 빠지자 병원들은 환자 진료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진료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막대한 적자를 내는 병원이 속출했다. 경영난이 심해진 병원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무급 휴직이나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근로자들이 극심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이유다.

현재 의료 현장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외래 진료와 입원·수술의 연쇄적인 차질에 이어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응급실마저 파행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충북에선 임산부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119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지방에서 시작한 응급실 대란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는커녕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의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현재 의료 체계는 시한폭탄”이라며 “구급차는 지역을 넘어 뺑뺑이를 돌고 의료진의 번아웃(소진)은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면서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는 추석 연휴는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계속 심각해지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보건의료노조에 파업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없이 말뿐이었다. 응급실 대란에 대해서도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정부에 ‘립서비스’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대책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 정부는 원론적인 말을 반복하는 대신 당장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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