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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펄펄 끓는 쇳덩이 형상·각도 AI가 실시간 확인"…AI 제철소로 변신한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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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포스코 포항제철소 가보니

포스코DX-포항제철소, AI 기술로 안전성·생산성 두마리 토끼 잡는다

AI가 고온의 슬라브 사행 막고, 제품 검수도 수행해 사고 발생 방지

뉴시스

AI 적용 전 작업자가 차량 상부에서 검수하고 있는 사진(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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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지난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을 찾은 기자가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마자 뜨거운 열기에 순간 멈칫했다.

고온의 쇳물을 운반하고, 수십톤의 슬라브가 생산되는 현장은 언제나 돌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는 인공지능(AI)이 작업자의 눈과 손을 대신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포스코DX와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곳곳에 AI기술을 도입해 '안전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작업자가 수행해야 할 위험한 작업들을 AI가 대신하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AI가 접목된 CCTV는 작업자의 눈이 돼, 높은 곳에서 수행해야 하는 위험한 검수 작업을 대신하고, 조금만 위치가 틀어져도 설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슬라브 생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한다.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센터장은 "AI로 사고 발생 시 안전 이슈를 해결하고, 24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한 비효율적인 부분을 완화했다"며 "AI가 감지하고 시스템을 제어하는 하나의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AI가 직접 CCTV 제어해 제품 라벨 위치 찾고 검수


"여기서부터는 안전모와 보안경을 꼭 착용하셔야 합니다!"

고막을 쉴새 없이 때리는 기계음과 쇳소리에 어안이 벙벙해 멀뚱히 서 있는 기자를 향해 안전을 당부하는 안성훈 포스코DX IT사업실 스마트팩토리그룹 PM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어느덧 포항제철소의 심장에 들어온 실감이 났다.

생산 후 고객사로 출하되는 선재, 코일, 후판 등의 제품 생산 정보와 차량에 상차된 현품 정보의 일치 여부를 검수하는 검수장이다.

이곳에서는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송장정보와 제품에 부착된 라벨을 대조해 제품이 고객 요구사항과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결함 등을 재차 점검해 불량품이 전달되지 않도록 방지한다.

철근, 스프링, 와이어, 볼트, 너트 등 여러 형태의 제품으로 변환돼 다양한 산업에서 기초 소재로 사용하는 선재를 실은 차량만 해도 경우 하루 200여대가 오고간다.

기존엔 검수자가 MES 정보와 라벨을 육안으로 대조해왔다. 때문에 '휴먼 에러'가 발생하거나 제품라벨이 검수위치 반대편에 부착된 경우엔, 검수자가 트럭 위에 실린 사람 허리 높이의 선재 코일을 밟고 올라가 일일이 라벨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곧잘 발생했다.

이진교 포스코 생산기술부 제품출하섹션 사원은 "라벨이 안쪽으로 돌아가 있는 경우 사람이 차량 상부에 올라가 확인하게 되는데, 이때 선재 코일사이로 떨어지거나 위험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DX와 포항제철은 이같은 문제를 AI로 해결하기로 했다. 스마트CCTV제품라벨 탐지와 문자인식 AI기술을 융합해 선재 제품의 검수작업을 자동화했다.

적재차량이 검수장으로 들어서면 AI 모델이 12대 CCTV 카메라의 각도와 줌 기능을 제어해, 제품의 라벨 위치를 자동으로 추적한 뒤 문자를 인식하고 이를 MES 데이터와 비교한 뒤 검수하도록 했다.

특히 이 기술은 '객체인식 AI 알고리즘'을 활용했기 때문에 고정된 화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AI모델이 직접 CCTV의 각도와 줌 기능을 제어해 라벨의 위치를 찾는다. 즉 '라벨이 어디에 있든 찾아내 검수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기술은 지난 2022년부터 설계·제작을 시작해 올해 2월 1일 본격 운영이 시작됐다.

안성훈 PM은 "일단 차량이 진입하면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이 차량이 무엇을 싣고 있는지 확인한다"면서 "이어 CCTV로 차량에 붙어있는 라벨을 스스로 추적하고 찾아내, 읽은 뒤 올바르게 상차가 된 것인지 1~2분 내에 확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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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AI CCTV가 적용된 포항제철소 연주공장 슬라브 절단 공정(사진=포스코DX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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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 형상과 각도 AI로 실시간 인식…사행(蛇行) 실시간 감시


이어 연주공장으로 향했다. 용광로에서 펄펄 끓은 쇳물이 새빨간 슬라브가 돼 쉴새 없이 컨베이어 롤 위로 내뱉어지고 있었다.

슬라브는 고로에서 나온 뜨거운 쇳물을 굳혀 만든 철강재 반제품이다. 연주공장에서 만들어진 슬라브는 열연·냉연 등 압연 공정을 거쳐 철강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열기로 가득한 이곳에도 AI가 접목됐다. 컨베이어롤 위 슬라브가 정상 이동 각도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CCTV가 주시하고 있다.

슬라브가 이동할 때 컨베이어 롤과 평행하게 놓여져야 하는데 자칫 정상 각도를 벗어나 이동하게 되면 설비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한다. 무게 30톤, 평균온도 1000℃에 달하는 슬라브가 설비와 부딪히게 되면 연주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고, 복구 과정에서 작업자가 화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

박중해 포스코 생산기술부 생산시스템섹션 과장은 "사각형태의 슬라브가 최초 생산되면 이를 8미터 길이로 잘라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컨베이어롤의 구동상태에 따라 슬라브가 비스듬히 놓여져 있는 현상(사행)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사행이 발생하면 슬라브가 이동하면서 옆에 있는 설비를 파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설비 파손은 물론 조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또 슬라브의 온도가 굉장히 뜨겁기 때문에 조치하는 과정에서의 안전사고 위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DX와 포항제철소는 이와 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슬라브의 형상과 각도를 AI로 실시간 인식하며 사행을 실시간 감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사행이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알림을 보낼 뿐만 아니라 AI가 라인을 자체적으로 중단시키는 공정제어 역할까지 수행해내고 있다. 지난 2021년 도입한 이후 80건 이상을 감지해, 미리 사고를 예방했다.

박중해 과장은 "시스템 도입 후 지금까지 슬라브 사행 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현장 직원들은 CCTV 모니터를 하루 종일 바라보아야 하는 단순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AI는 실질적 재무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센터장은 "그동안 서비스형 AI 기술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 효율화, 자율화, 무인화 등 산업현장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용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산업용 AI야 말로 실질적 재무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AI 시장의 빠른 성장 전망에는 모두가 이견이 없는 가운데, 산업용 AI 시장은 특히 제조업 중심의 아시아 지역에서 큰 성장이 예상된다. 마켓리서치퓨처의 조사에 따르면 산업용 AI 시장은 2022년 약 20억 달러(약 2조6700억원)규모에서 지난해 약 30억 달러(약 4조1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또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약 46%의 성장을 통해 약 900억 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DX는 산업용 AI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AI기술센터를 신설했다. AI기술센터는 인지(Vision Intelligence), 판단(Decision Intelligence), 제어(Control Intelligence) 등 3개 분야의 AI 엔진 개발을 통해 제철소, 이차전지 소재공장 등 다양한 산업현장으로 AI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윤일용 센터장은 '포스코 제철소의 작업 환경과 조업 노하우가 녹아 든 디지털전환(DX) 기술을 바탕으로 꼭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과 위험한 현장에서의 작업 등을 중심으로 AI를 대체해 가며 제철소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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