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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알뜰폰 업계가 전기통신사업법 부칙 '콕' 집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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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작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악법' 만들어져"

향후 SKT와 망 도매대가 협상에서 협상력 '열위' 우려 "관련 법 삭제해 달라"

아주경제

[사진=아주경제DB] 단통법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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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악법'이 하나 만들어졌다."

지난 22일 열린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온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회 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토론 말미에 추가 발언을 신청하며 이 같이 발언했다.

김형진 회장은 "알뜰폰 도매대가 지급 항목을 SK텔레콤과 알뜰폰이 협의해서 하라고 단서를 달아 뒀다"며 "이번에 국회가 바뀌었으니 이번 국회에서 부칙 2조를 삭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회장이 직접적으로 '악법'이라는 강한 표현을 써 가며 거론한 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구체적으로 알뜰폰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부칙 제2조를 콕 짚어 지적했다.

김 회장의 호소는 내년부터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됨에 따른 것이다.

기본적으로 알뜰폰 업체들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리고, 이에 대한 도매대가를 지불해 서비스한다. 즉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셈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알뜰폰 시장의 특성상, 도매대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은 곧 더욱 싼 가격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내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매대가 협상은 매년 이뤄지는데, 전기통신사업법상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규정된 S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도매대가를 논의하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는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도매대가 협상 테이블에 대신 나서 왔다.

그러나 내년 3월 30일부터는 SKT와 알뜰폰 업계가 직접 도매대가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9일 신설된 부칙 2조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제38조의2 제3항의 개정 규정 중 대가의 산정에 관한 기준 부분은 같은 개정 규정 시행 이후 1년간 효력을 가진다'라는 내용이다. 즉 2025년 3월 29일까지만 효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29일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제38조의2가 신설됐다. 해당 조문은 전기통신서비스의 도매제공의무서비스의 지정 등에 관련한 조문이다. 이를 통해 통신사들이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알뜰폰 서비스를 위한 통신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도매제공의무제'가 상설화됐다. 기존에도 도매제공의무제는 시행돼 왔으나 그간 3년 일몰제로 운영돼, 일몰 기간이 끝날 무렵 계속해서 연장해 왔다. 이후 2022년 9월 일몰 연장에 실패했다가 이듬해 12월 법 통과로 도매제공의무제가 재개됐다.

이 중 제3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도매제공의무사업자가 알뜰폰 업체에 망을 빌려주는 것과 관련한 협정을 체결할 때 따라야 할 대가산정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해당 내용이 2025년 3월 29일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에 앞으로 과기정통부는 도매대가 협상에서 빠지게 된다. 대신 도매대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등 협상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과기정통부가 이를 반려할 수 있는 사후규제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알뜰폰 업계는 과기정통부가 사후규제를 하더라도, SKT와 직접 협상을 할 경우 상대적으로 협상력에서 열위에 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미 현재 과기정통부와 진행 중인 도매대가 협상도 양측 간 가격 인하 폭과 수익배분요금제(RS) 인하에 대한 견해 차이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 도매대가 인하를 위한 논의가 더욱 녹록지 않아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SKT가 내년부터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 보고 올해 협상에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김형진 회장은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부칙 2조를 삭제해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도 "도매대가 협상이 알뜰폰 사업자와 SKT 간 이뤄지게 되면 지금보다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과기정통부 장관 고시에 의해서 (망 도매대가 가격 산정에 대한 부분을) 정하면 되는데 왜 이런 식으로 법을 만드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는 양적으로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 6월 기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을 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총 929만663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만여명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1000만 가입자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외형 성장에도 알뜰폰 업계의 우려는 크다. 기본적으로 언제든지 다시 통신 3사에 가입자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존한다. 최근 통신사들도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통신 3사가 최근 월 2만~3만원대에 불과한 5G 요금제 등 무약정·온라인 기반의 저렴한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어 알뜰폰과 어느 정도 시장이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만간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통신 3사가 지원하는 지원금이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금융권의 잇따른 알뜰폰 시장 진출도 변수다. KB국민은행과 토스를 비롯해 내년부터는 우리은행도 알뜰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이들은 자사 알뜰폰 이용 시 각종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막강한 자본력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도 강하게 펼칠 수 있다. 또 자칫 이들이 '출혈경쟁'에 뛰어들어 중소 알뜰폰 업체보다 더욱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을 경우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제4이동통신사도 그렇고,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도 그렇고 기존에 있던 시장을 흔들려고 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그간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10년 넘게 다져온 시장이고 이를 보다 경쟁력 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보다 고민했으면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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